용의자 호지킨슨, 샌더스 지지
트럼프 정책 증오해 온 인물
공화 “좌파 행태” 민주 “총기 규제”
SNS도 정파 대립 메시지 봇물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깊어진 미국 사회의 정치갈등이 14일(현지시간) 마침내 여당 원내총무 일행에 대한 총격 사건이라는 ‘정치적 증오 범죄’로 표출됐다. 이날 오전 7시워싱턴 의사당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야구장에서 야구 연습 중이던 스티브 스칼리스 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고 경찰의 응사로 사망한 용의자 제임스 호지킨슨(66)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증오해온 인물로 밝혀졌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그는 “트럼프와 일당을 파괴할 때”, “트럼프는 반역자” 등 과격한 글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샌더스 의원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반 트럼프’를 널리 알려온 그의 범행은 전형적인 정치 증오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미국 사회는 트럼프 등장 후 극단으로 치달은 미국 정치지형과 이에 따른 여론이 결국 끔찍한 증오 범죄를 일으켰다는 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총격 사건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은 함께 뭉쳤을 때, 또 공익을 위해 함께 일할 때 가장 강하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도 긴급 성명에서 ‘비열한 행위’로 비난하는 한편, “어떤 종류의 폭력도 우리 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으며, 이번 사건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통합 행보에도 불구, 미국 정치권과 사회 저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파적으로 해석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증오 범죄가 오히려 정파 싸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민주ㆍ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일부 정치인들의 분열ㆍ당파적 언급이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대통령 비방이 옳은 것처럼 여기는 좌파들의 행태가 총격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스티브 킹(공화ㆍ아이오와) 하원의원도 “대통령 취임 이후 전국에서 반대 집회와 근거 없는 비방을 벌여온 집단이 나라를 위협하는 분노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의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공화당이 반대해온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미 극심한 정파 대립이 벌어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더욱 극단적인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미국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잘못된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 샌더스 의원의 최근 정치집회 발언을 소개하며, 샌더스 의원을 총격사건의 배후라고까지 했다.
반면 민주당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불법적 방법으로 승리한 공화당이 죗값을 치렀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총에 맞지 않아 아쉽다”라는 메시지까지 올라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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