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야구장에서 응원중인 관중들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프로야구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야구의 인기는 선수들의 플레이뿐 아니라 야구장 특유의 문화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미국과 일본프로야구 등에서 보기 힘든 흥겨운 응원과 함께 '치맥(치킨+맥주)'으로 대표되는 야구장 먹거리도 야구의 인기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야구가 여가 생활로 자리 잡은 것에 비해 아직 아쉬운 관람 문화도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기장에 와도 야구에 집중을 잘 하지 않는다. 응원을 따라 하거나 음식을 먹느라 경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 파울볼 등 위험에도 더 잘 노출된다"고 말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야구장에서도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야구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파울볼 관련 사고다. 지난해 발표된 '최근 3년간 프로야구 경기장 관중 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관중 파울볼 피해 건수는 총 785건으로 조사됐다. 팬들도 이러한 위험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경기 관람객 성향 조사에서 경기장 위험요소로 '경기 중 관중석으로 날아든 공'이 30.5%로 가장 많은 답을 받았다.
경기 중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날아오면 해당 구역의 안전요원들은 호루라기 등을 이용해 볼을 피하라는 신호를 준다. 넥센의 홈인 고척스카이돔 등 각 구장에서는 경기 초반 파울볼이 날아온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응원단과 함께 머리를 양 팔로 감싸고 공을 피하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파울볼이 날아오면 피하는 관중보다는 손을 뻗는 사람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야구를 수십 년간 해온 선수들조차도 공은 글러브로 잡는다는 걸 고려하면 맨손으로 공을 잡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바로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이 날아오면 피하는 사람은 야구 선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공을 잡으려고 무리하게 시도하려는 일부 관중들 때문에 주변에 있던 아이가 다치는 일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최근 많은 구장에서는 그라운드에 더 가까운 관중석인 익사이팅존이 만들어져 경기를 더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은 파울볼 위험이 더 큰 지역이기도 하다. 최대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파울볼에 그대로 맞을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안전사고는 헬멧과 글러브를 착용하는 문화만 정착시킨다면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에서는 신분증이나 보증금 등을 내면 야구장에서 헬멧과 글러브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다소 불편하고 귀찮다는 인식 때문에 이용 횟수는 많지 않다. 잠실구장에서는 홈팀 LG와 두산이 익사이팅존 관중들을 대상으로 헬멧을 대여해주지만 착용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사직구장에는 100개의 헬멧, 글러브 세트가 비치돼 있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10~15개 정도만 대여되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도 "글러브를 120개 정도 보유하고 있지만, 일일 평균 대여량은 20~30개 정도다. 헬멧은 300개 중 20~30개 정도만 대여된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는 야구장에 개인 글러브를 가져오는 등 관중들의 안전 의식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LG 관계자는 "구단에서는 총 50개의 글러브를 보유하고 있다. 예전에 팬들이 개인 글러브를 많이 안 가져왔을 때는 20~30개 정도 대여했는데 요즘은 글러브를 가져오는 팬들도 많이 생긴 것 같다. 보통 10개 내외로 빌려간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는 헬멧과 글러브를 20개 정도씩 렌탈샵에서 대여하고 있는데 거의 렌탈이 된다. 요즘은 야구장에 올 때 글러브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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