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절대강자로 통했던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의 주요 흐름에 따른 맞춤형 전략 부재로 몰락한 기업이 있는 반면 완벽한 체질 개선으로 부활한 기업도 공존하고 있다.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는 15일 열릴 이사회에서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도시바는 지난해 미국 원전 사업 실패로 입은 4,000억엔(약 4조523억원)의 순손실 만회를 위해 알짜 사업인 낸드플래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대만의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도시바 낸드플래시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8.3%로, 삼성전자(37.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987년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도시바의 간판 사업 접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SK하이닉스, 애플ㆍ델ㆍ샤프와 손잡은 훙하이그룹, 웨스턴디지털 등이 뛰어든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 소요될 비용은 최소 20조원대로 알려졌다.
세계 포털업계 원조인 야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13일(현지시간) 야후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인수 대금은 44억8,000만달러(약 5조556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 언론들은 1990년대 ‘인터넷 그 자체’로 불렸던 야후 시대가 종지부를 찍었다고 전했다. 1990년대 ‘닷컴시대’를 열었던 야후의 시장 가치는 한 때 1,000억달러(약 112조원)에 달할 만큼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10년 전후 도래한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에 대응하는 데에 실패하며 쇠락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에겐 역부족이었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삼고 부진의 늪에서 탈출한 기업도 눈에 띈다. 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소니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구마모토 지진 여파와 영화사업 부진으로 고전했지만 올해는 5,000억엔(약 5조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소니의 올해 영업이익은 5,070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2,887억엔, 약 2조9,131억원)에 비해 73% 급증한 규모다. 과거 주력 제품이었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나 반도체 대신 잠재 성장성을 갖춘 카메라용 이미지센서와 비디오 게임기 등으로 수정한 경영 전략 덕분이다. 소니의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는 세계 시장에서 50%대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측은 “수년 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카메라 칩과 게임 등에 집중하는 사업구조로 개편했다”며 “실적개선(턴어라운드)을 위한 노력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왕년의 ‘휴대폰 제왕’으로 유명한 핀란드 노키아 역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9억4,500만유로, 영업이익 21억7,200만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1.1%, 24.7% 줄어든 수치지만 당초 예상치 보단 선방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사실 노키아는 1999년 모토로라를 제친 이후 2010년까지 세계 휴대폰 업계에서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2009년 애플 ‘아이폰’ 출시로 대중화한 스마트폰에 대한 느슨한 대응으로 부진에 빠졌다. 급기야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이후 주력 사업을 통신네트워크장비와 5세대(5G) 이동통신기술 등에 집중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노키아 코리아 관계자는 “노키아는 현재 완벽하게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사업 다각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중국 등을 포함한 해외 시장 영역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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