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전망
내일 공운위서 존속 여부 논의
문대통령ㆍ김부총리 반대 의사
권고안 철회 땐 인센티브 반납
노조는 “비정규직 지원에 쓰자”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개혁 과제였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개인의 업무 능력ㆍ성과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는 것)가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그간 성과연봉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움직임이지만, ‘능력에 맞는 대우’라는 원칙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어서 향후 다른 형태의 성과급 도입 과정에 또 다른 진통도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존속 시킬지 논의한다. 공운위는 공공기관 지정, 임원 인사, 기능조정, 보수지침 등을 의결하는 위원회다.
현재 정부는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통해 공공기관 직원의 성과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재부가 작성한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따르면, 총급여 대비 성과연봉(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급여) 비중은 공기업의 경우 30% 이상, 준정부기관은 20% 이상이 되도록 급여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권고안을 공공기관에 사실상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공공기관은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실시를 결정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은행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총파업에 나섰고, 9~12월에는 철도노조가 사상 최장기(74일) 파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과연봉제엔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결정의 칼자루를 쥔 문 대통령과 김동연 부총리가 모두 성과연봉제에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해, 정부는 이번 공운위에서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공무원노조총연맹 출범식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운위를 주재하는 김 부총리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에 따라 자율적인 보수체계로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행 정부 권고안의 철회 의사를 시사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권고안이 철회되면 이미 지급됐던 성과연봉제 인센티브(약 1,600억원)는 모두 반납되고 미이행 기관에 부여됐던 불이익도 무효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노조는 반납되는 인센티브를 전액 비정규직 지원 예산에 쓰자고 주장해 왔다.
대신 문재인 정부는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등에 따라 급여의 차등을 두는 ‘직무급제’를 도입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인데, 조만간 이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직무급제 역시 전면 시행 시 부작용이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직무급제는 직원의 개인적 특성(연공서열ㆍ능력)이 아니라 ‘하는 일’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것이라, 급여가 많은 특정 직무에 사람이 몰리게 된다. 자칫 조직 내 인력 운용이 경직화하고, 직무에 따라 회사에 오래 다녀도 후배보다 급여를 적게 받게 되는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어떤 직무에 더 중요도를 부여할 지를 두고 조직 내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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