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에서 불륜과 음모가 도사린다. ‘막장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요소들이 큰 얼개를 이룬다. 톱스타 김희선과 김선아가 선택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얘기다. 두 여배우도 어쩔 수 없이 막장드라마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14일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품위있는 그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윤철 PD를 비롯해 출연배우 김희선 김선아 정상훈 이기우 이태임이 참석했다. 김 PD는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케세라세라’(2007),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2014) 등을 연출했다.
트렌디를 반영한 미니시리즈를 연출하며 이름을 높인 김 PD에게 금토드라마는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심야 시간대 시청자를 잡기 위한 소재는 불륜 일색이다. ‘품위있는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한 재벌가의 둘째 며느리 우아진(김희선)과 아진의 시아버지 간병인으로 들어온 박복자(김선아)의 관계가 큰 줄기를 이룬다. 그 속에는 상류층의 민낯이 드러나고 인간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아침극이나 주말극에서 봐왔던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김윤철 PD는 ‘막장드라마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목과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몇몇 장면에서 불륜 등에 대한 소개가 들어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 전개방식이 상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연출하는 부분에서 가장 신경을 쓰며 노력했던 부분이 아침극처럼 보이지 않게, 비주얼을 가져가자는 입장이었다”며 “세트장부터 김희선씨 신발까지 아침극처럼 보이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소재가 불륜 등 ‘막장’ 코드인 게 신경 쓰였다는 얘기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아침극과 같은) 연속극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는 복자가 재벌 회장의 간병인으로 고용돼 그를 유혹하거나, 아진의 남편 안재석(정상훈)이 불륜을 저지라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아진이 복자에게 “선을 넘지 말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복자는 아진에게 “당신처럼 모든 걸 갖고 싶다”고 심상치 않게 말하며 날 선 싸움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두 여배우도 ‘막장’ 코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KBS 드라마 ‘복면검사’ 이후 2년 만에 복귀한 김선아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애써 부인했다.
“대본을 받았을 때 그렇게(막장) 생각을 못한 것 같아요. 드라마 흐름이 독특했어요. 그런 부문들이 품위있게 표현된 것 같아요. ‘막장’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막장’이다 아니다기 보다는 인간들의 밑바닥 즉 본능 욕구 욕망 등이 분명하게 나옵니다.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김선아)
김희선도 “불륜이어도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가 아침극처럼 그저 ‘나쁜 놈’으로 그려지는 건 아니다”며 “왜 그가 불륜을 저질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극처럼 그린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PD와 두 배우가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포장이 잘 된 불량식품 같은 드라마다. 재벌가의 끊이지 않는 후계자 싸움과 뻔한 갑을관계가 예고돼서다. JTBC는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긴 했다.
‘품위있는 그녀’는 ‘힘쎈여자 도봉순’과 ‘사랑하는 은동아’(2015)로 사랑 받은 백미경 작가의 작품이다. 16일 밤 11시 첫 방송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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