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별 대화 틀로 재구성”
“비정규직ㆍ여성 등 약자 참여하는
노사정위 2.0 구성” 목소리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 달 16일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확정하며, 노동계 대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뿐 아니라 비정규직 단체를 한 곳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 동안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노동계는 늘 양대 노총이 대표해 왔으나 그 틀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양대 노총이 더 이상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다양해진 노동계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어렵게 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13일 여권과 정부, 전문가들은 향후 주요 노동정책 등을 결정할 ‘대타협을 위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 기구’는 기존 관행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틀로 재구성돼야 한다는데 대체적으로 입장을 같이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만만치 않은 과제인 만큼 대타협 기구의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고, 그 역할을 일자리위원회가 주도하거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의 재구성 등을 통해 발전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18년만에 처음으로 민주노총이 정부와의 협의기구인 일자리위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아예 ‘노사정위 2.0’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자, 청년, 여성, 영세 자영업자 등 노동 약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전체 노동자의 10% 정도가 가입한 양대 노총만이 노사정위에 참여하다 보니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위의 참여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혀야 한다”면서 “기존 노사 대표에 노동 약자 대표가 참여해 타협안을 논의하면 정부가 이를 중재하고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나, 노사정이 내놓은 안을 노동 약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일종의 배심원으로 심의하는 구조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 현안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면 현안에 따라 각 주체의 입장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모든 안건을 한번에 논의하는 방식의 대타협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앙 수준의 노사정위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사업과 부문별, 의제별 대화기구를 따로따로 만들어야 하며, 그렇게 하다 보면 중앙 대화의 틀도 새로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사회적 대화 기구’의 주도권을 어느 기구가 가지게 될 지 명확하지 않다. 일자리위에 참여할 비정규직 관련 단체 및 청년ㆍ여성ㆍ노인ㆍ장애인 등을 대표할 민간위원 인선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가 진정한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신뢰자산을 쌓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향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되면 바로 노동계및 재계 등과의 테이블을 만들어 대화를 시작할 계획이며 이 대화가 사회적 대화기구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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