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친정 부모와 친밀도 더 높아진 딸들
가족 ‘단톡방’에 손주 사진에 매일 안부 인사
슬하의 두 딸을 2012년과 2015년 각각 결혼시킨 유혜숙(59)씨는 결혼하기 전보다 딸들과 만남이나 여행이 잦아졌다. 그는 “두 딸 결혼식 날마다 새벽 내내 잠 못 이루고 눈물 흘렸던 게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결혼 전에는 다소 무심했던 딸들이 최근에는 더욱 다정해졌다며 “이게 다 사위들 덕분”이라고 웃었다. 유씨는 “잘 둔 사위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며 “직장에 다니며 아이 키우고 본인들 삶 챙기기에도 바쁜데 부모를 살뜰히 챙기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씨와 자녀 내외의 왕래는 첫째 딸 전경민(31)씨가 지난해 5월 아이를 낳으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귀여운 조카를 보기 위해 서울 송파구에 사는 둘째 수민(29)씨 내외가 매달 주말에 두 번씩은 인근 언니 집을 찾아온다. 동작구에 사는 유씨 부부는 두 딸 내외가 모두 모이는 시간에 맞춰 자리를 함께 한다. 이렇게 모인 3대는 집 근처 한강에 나서거나 도시 외곽으로 캠핑을 다니기도 한다. 경민씨는 “동생과 부모님이 시간 맞춰 집으로 모이면서 육아 부담도 덜고 가족 간 친밀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유씨 가족이 모여 꾸린 ‘단톡방’도 쉴 새 없다. 매일 안부 인사부터 가족 경조사 준비 계획,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 또한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경민씨의 남편이 처음 대화방을 개설하면서 시작된 소통이다. 수민씨는 “시댁보다 처가를 더욱 열심히 챙기는 남편과 형부 덕에 친구들 사이에서 ‘전생에 나라를 구했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선희(27ㆍ가명)씨 가족도 결혼 후 친정과 더욱 애틋해졌다. 이씨는 남편과 함께 한 달에 많게는 두 번씩 친정을 찾아 식사를 하고 여행도 간다. 반면 시댁에는 두 세 달에 한 번 꼴로만 걸음하고 있다. 친정은 경기 안양에, 시댁은 경기 양평에 있다는 거리 상 차이도 있지만 “아들만 둘인 남편 가족과 딸 둘인 친정의 문화 차이 때문”이라는 게 이씨의 얘기다. 이씨는 “나는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거나 찾아 뵙는 게 자연스러운 반면 남편은 그렇지 않았고, 결혼 후에는 내 성향을 따라오다 보니 친정과 시댁에 차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용돈이나 선물 등도 친정과 시댁 간 차이가 크다. 이씨는 “친정 부모님들을 뵐 때마다 조금씩 용돈을 보태 드리다 보니 1년에 5, 6번만 보게 되는 시댁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 양가에 드리는 용돈(각 월 30만원) 외에도 친정 방문 때마다 5만원 안팎으로 부모님께 식사비를 쥐어드리는데, 이렇다 보니 친정과 시댁 간 금액 차가 상당히 벌어진다는 게 이씨의 얘기다.
이씨는 오는 9월 친정 인근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아버지 몸이 불편해 어머니와 함께 돌봐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내년 초 태어날 아이의 육아 문제와 상관관계도 없지는 않다. 이씨는 “친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보살피면서 태어날 아이도 키우기 위해 이사를 고려하게 됐다”며 “다소 어려운 시댁보다는 그간 친밀도를 쌓아온 친정 인근에서 부모님과 여러 일을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남편과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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