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으로 기세를 올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파리에서 맞이한다. 정상회담의 표면 의제는 대테러 협력이지만 이면에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주요 대화 소재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구 언론은 ‘강한 마크롱’과 ‘약해진 메이’를 대비하며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유럽주의자’ 마크롱에게 끌려다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이 총리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총선 후 처음으로 마주 앉는다. 두 정상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회담한 후 잉글랜드와 프랑스 축구팀의 친선경기를 함께 관람한다. 이날 회담의 주제는 대테러 협력으로 양국간 혹은 유럽 단위의 대테러 안보협력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 정상은 페이스북ㆍ구글ㆍ트위터 등 정보기술(IT)기업들이 극단주의적 발언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 지도자를 만나서도 기후변화협정ㆍ우크라이나 분쟁 등 민감한 현안을 터놓고 거론한 마크롱 대통령의 성향상 브렉시트 문제를 다루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안에서 더 강한 프랑스’를 표방해 대통령에 당선됐기에 지난 1월 ‘하드(강경) 브렉시트’ 노선을 내세운 메이 총리와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게다가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총선에서 압승해 입지가 탄탄한 반면 메이 총리는 8일 총선에서 하원 내 보수당 과반이 붕괴되면서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기디언 라크먼은 “브렉시트는 ‘유럽주의자’ 마크롱 입장에선 역사적인 기회”라며 “EU에 잔류하는 이점을 프랑스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 영국을 더욱 고립시키려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영국내에서는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12일 보수당 하원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에 참석해 “내가 부른 위기를 내가 수습하겠다”며 총리직 사수를 선언하면서도 “의회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소프트 브렉시트’로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피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내각 고위 관계자 사이에서 “나쁜 협상보다 무협상이 낫다”는 입장을 포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 브렉시트 강경파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장관도 총선에서 사실상 패했음을 인정하며 “키어 스타머(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장관)를 비롯해 의회에서 나와 말하고자 하는 누구와도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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