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미국프로농구(NBA) 정상을 탈환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51)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든스테이트의 약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감독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커 감독에게는 다소 머쓱한 우승 뒷풀이였다. 허리 부상으로 장기간 벤치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부터 파이널 1차전까지 감독대행 체제로 치렀다. 통상 구기 종목 가운데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농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감독의 용병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럼에도 골든스테이트의 우승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커 감독의 공이 크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 4년간 골든스테이트를 감독 없이도 흔들림이 없을 팀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평이다. 피닉스와 클리블랜드, 올랜도, 시카고, 샌안토니오, 포틀랜드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커 감독은 2003년 샌안토니오에서 은퇴 후 해설위원 등을 지내다 2014년 골든스테이트 감독으로 선임됐다.
현역 시절 통산 3점슛 성공률이 45.4%에 이르는 그는 시카고와 샌안토니오에서 모두 5차례 NBA 정상에 오르며 성공한 선수 생활을 보냈지만 감독으로도 눈부신 성과를 냈다. 골든스테이트 지휘봉을 잡자마자 2014~15 정규리그에서 67승15패를 기록했고, 파이널에서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신인 감독이 데뷔 첫해 우승한 건 1982년 LA 레이커스의 팻 라일리 감독 이후 33년 만이었다. 또 1995~96시즌 한 시즌 최다승 기록(72승)을 세운 시카고의 일원이었던 데 이어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 감독으로서 최다승 기록을 73승으로 갈아치우며 NBA 사상 유일하게 선수, 감독으로 모두 70승 이상 고지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커 감독은 ‘드림팀’을 맡아 그의 지도력을 폄하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스려 탄탄한 조직력을 일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자리를 비웠지만 골든스테이트의 수장 공백은 한 번도 입방아에 오른 적이 없다. 이 기간 골든스테이트는 각각 루크 월튼, 마이크 브라운 감독대행의 지휘 아래 커 감독이 만들어 놓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커 감독은 "이 친구들은 정말 재능이 많고, 서로에게 헌신하고, 너무나도 이타적"이라며 이번 우승이 "이들의 재능과 이타적인 성격이 결합"해 이뤄진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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