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용으로 의심되는 사제폭탄이 서울 연세대 연구실에서 터져 교수 한 명이 부상하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오전 8시 40분쯤 연세대 제1공학관 4층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김 교수는 목, 가슴, 손, 오른팔 등에 1~2도 화상을 입고 인근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연구실 출입문 앞에 상자가 든 쇼핑백이 놓여 있어 방에 들어가 상자를 여는 순간 갑자기 폭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를 겨냥한 보복 테러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김 교수는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었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했다.
문제의 폭발물은 텀블러 안에 길이 5㎜ 정도의 나사못 수십 개를 뇌관과 함께 담아둔 일명 ‘못 폭탄’으로, 화약 일부만 연소하면서 나사 못이 튕겨나가지 않아 다행히 김 교수 부상 정도가 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쉽게 제작방법을 익혀 만들 수 있는 조악한 수준의 폭발물”이라며 “텀블러 안 나사가 비산(飛散)되지 않아 사실상 폭발 실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군경은 신고 접수와 함께 폭발물분석팀 등 대테러요원 100여명을 현장에 급파해 현장 접근을 차단하고, 4층에 머물던 인원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연구실 주변 및 교수실, 강의실 등에 대해서도 추가 폭발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했다. 경찰은 사제폭탄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 조사와 주변 탐문을 통해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이나 연세대 측은 사건이 발생한 제1공학관을 포함한 주변 건물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건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대응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학교 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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