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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 할래요?” ‘랜선 동네친구’ 찾는 혼밥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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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 할래요?” ‘랜선 동네친구’ 찾는 혼밥족들

입력
2017.06.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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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아닌 지역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외로움은 일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고향이 아닌 지역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외로움은 일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둥지를 튼 배우 지망생 이성훈(24ㆍ가명)씨는 요즘 혼자 사는 외로움이 부쩍 줄었다. 한 달에 한 두 번 술 마시고 밥 먹을 ‘온라인 동네친구’들이 생겼기 때문. 이씨는 지방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서울 사는 친구가 몇 없었다. 특히 언제든 불러내 ‘밥 한 끼, 술 한 잔’ 할 동네 친구가 없는 일상 속의 외로움은 크게 다가왔다. 혼밥, 혼술에 지친 이씨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홈에 들어가 ‘신림’을 검색했다. 스무 곳이 넘는 ‘신림’ 채팅방 중 한 곳에 들어간 이씨는 모임을 통해 금세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강영규(24)씨는 매주 한 번 낯선 이들과 농구를 한다. 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모두 ‘광진구 농구 모임’ 오픈채팅방 참여자다. 강씨는 “농구와 동네로 엮여 함께 운동하고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홈에서 검색한 동네 기반 채팅방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홈에서 검색한 동네 기반 채팅방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거주지를 중심으로 모이는 ‘온라인 동네친구’ 모임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온라인 동네친구’는 말 그대로 특별한 목적 없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존재한다. 학업이나 직장 등을 이유로 낯선 지역에서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모임에 참석한다.

'오늘 하루 힘들었네요. 퇴근하고 혼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있어요’

‘냉장고 청소 끝! 깨끗하니 뿌듯하네요’

오픈채팅방에서는 적게는 5명부터 많게는 50명이 넘는 동네친구들이 하루 있었던 일로 대화를 나눈다. 증명사진 잘 찍는 사진관, 공부하기 좋은 카페처럼 지역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사는 지역이 가까우니 비정기적인 만남도 잦다. 시간 되는 사람끼리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함께 하며 친목을 다진다.

오픈채팅 참여자의 대부분이 지방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뒤로 하고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이다보니 서로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운 좋게 마음 맞는 사람을 찾으면 ‘밥 한 끼, 술 한 잔’하는 동네 친구가 되는 식이다.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다방’에서 검색한 서울 월세 원룸 매물 수.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다방’에서 검색한 서울 월세 원룸 매물 수.

원룸촌 일대에 많은 ‘동네 친구 구하기’ 오픈채팅

운동과 공부도 동네 친구와 함께

동네 친구를 찾는 오픈채팅방은 원룸촌 일대에 특히 많다. 원룸이 많은 한강 이남의 ‘관악ㆍ구로ㆍ영등포ㆍ강남’, 한강 이북의 ‘신촌ㆍ건국대’ 등 지명을 오픈채팅 홈에 검색하면 수많은 채팅방이 뜬다. 멀지 않은 거리때문에 관악구와 구로구, 동작구와 영등포구 네 곳은 오픈채팅에서 같은 동네로 묶이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오픈채팅 모임은 강씨가 참여하는 농구 모임 뿐만 아니라 공부 모임, 바이크 모임 등 뚜렷한 목적을 갖고 결성된다. 만남 자체가 목적인 번개와 다른 점이다. 또 번개는 동호회 회원의 비정기 모임인 반면 오픈채팅은 헤쳐 모이는 식으로 자유로이 오고 간다. 자유로움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커뮤니티인 셈이다.

배우 지망생 이씨가 참여한 오픈채팅도 마찬가지다. 채팅방 참여자 5명은 2달 넘게 교류한 동네 친구가 됐지만, 한 달에 300명 넘는 사람들은 채팅방에 잠시 왔다가 갈 뿐이다.

오픈채팅은 인연이 아닌 악연을 맺어 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오픈채팅은 인연이 아닌 악연을 맺어 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한편으론 온라인으로 동네친구 만나기가 끔찍한 경험으로 남기도 한다. 모임 참가자들의 신원 확인이 보장되지 않아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선미(26•가명)씨는 지난해 12월 구로구 주민 오픈채팅 모임에 나갔다 성추행을 당했다. 김씨는 “첫 술자리 모임에서 어떤 남자가 원치 않는데도 여러 사람 앞에서 억지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에 입맞춤까지 했다”며 “그 자리에서 말을 못 하다 나중에 지적하니 오히려 발뺌해 상처 받았다”고 말했다. 오픈채팅방에 침입해 음란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고 퇴장하는 ‘카톡 바바리맨’ 범죄도 오픈채팅의 그늘이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동네친구를 만나도 근원적인 외로움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윤희 숙명여대 학생생활상담소 연구원은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거나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드러낼 때 해소가 된다”며 “단순 친목을 도모하는 피상적인 만남에서는 이를 기대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만남을 지속하거나 실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있어야 정서적인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빛나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제학부 4)

이진우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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