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여론조사 결과

한국인 75.9% “부정적” 일본인 56% “긍정적”
각각 비율 더 높아져… 재협상 여부도 극과 극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제128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국민 간 인식차가 더욱 치열하게 충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기존 반대여론이 재협상을 공약한 문 대통령 당선과 맞물리면서 양국민 모두 총론에서 각론까지 입장차가 심각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2017년 한일 국민의식 공동여론조사에서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한국인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2.5%포인트 늘어난 75.9%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21.2%였던 ‘긍정적 평가’는 17.1%로 더 떨어졌다. 일본은 정반대로 긍정 평가 비율이 49%에서 올해 56%로 높아졌고, 부정평가는 38%에서 35%로 낮아졌다.

특히 최대 현안인 재협상 여부를 놓고 양국 여론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한국에선 85.4%가 찬성했고, 반대는 한 자릿수(9.3%)에 불과했다. 재협상 찬성 응답은 30대 연령층(98.5%), 대전ㆍ충청(90.2%)과 광주ㆍ전남북(90.1%), 학력이 높을수록(전문대이상ㆍ89.7%), 대선 때 문재인(94.8%)ㆍ심상정(96.1%) 후보 투표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대는 60세 이상(17.6%), 홍준표 지지층(31.8%), 보수적일수록(20.9%) 많았다. 일본은 예상대로 반대가 57%로 찬성(33%)을 압도했다.

찬반 이유를 들여다보면 양국민 간 생각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인의 62%가 ‘옛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의 사죄가 충분하지 않아서’도 61.2%로 비슷하게 많았다. 47.3%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재협상 찬성이 소수인 일본에선 찬성이유 중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81%로 가장 많이 나왔다. 한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합의를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밝힌 만큼, 양국관계 개선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체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 일본 측 조사에서 두 번째로 많은 60%인 점도 이같은 추정에 힘을 보태준다.

반면 재협상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양국민 모두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되돌리지 않는다고 한일 정부가 합의했기 때문’이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 84%가, 한국은 39.1%가 이 이유를 택했다. 또 일본인은 71%가 ‘일본 정부가 충분히 성의를 보였기 때문’, 61%가 ‘한국여론이 납득하는 합의는 어려우니까’를 들었다. 위안부피해자 일부가 이미 돈을 받았다는 이유도 51%에 달했다. 한국의 요구사항이 매번 바뀐다는 이른바 골대 이동론에 일본인 상당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정서적 거리감은 소녀상 철거에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일본인 71%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및 서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한국에선 84.2%가 철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거를 지지한 한국민은 11%, 철거할 필요 없다는 일본인은 20%였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만 물었던 작년 조사에서 일본인 62%가 철거를 주장했지만 올해는 70%대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보편적 인권문제 보다는 세계 각지로 소녀상이 전파돼 일본의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는 우익진영의 경계심이 일본국민 일반에 더욱 확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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