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수정 제안 사실상 거부… 16일 데드라인도 제시
“박 회장 금호타이어 경영권 박탈 논의”… 정치권까지 매각 반대 양상은 부담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 허가 조건을 채권단이 사실상 거부하며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권 박탈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매각 협상자인 중국 공영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는 박 회장 측이 상표권 사용요율 상향 등을 고수할 경우, 매각을 포기할 뜻도 내비치는 등 금호타이어 매각은 한층 꼬여가는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오후 주주협의회를 갖고 “채권단은 박삼구 금호산업 대표이사에게 기존 조건(상표권 사용료, 매출액의 0.2%)에 협조할 것을 재차 요구한다”며 “오는 16일까지 공식 답변을 달라”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은 지난주 이사회에서 ‘금호’ 상표권과 관련해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료율 적용 ▦계약 해지 불가 등 조건을 의결, 채권단에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주주협의회에 앞서 더블스타 측은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채권단과 합의한 사용료율 0.2%와 일방적 해지 가능 등 조건이 유지돼야 한다”며 “이는 채권단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까지 박 회장 측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이 제안한 조건이 사실상 매각 무산을 노린 것으로 보고 박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말이 수정 제안이지만 사실상 박 회장이 아니면 매각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조속하고 충분한 채권회수를 위해서라도 원칙대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4년을 훌쩍 넘겨 이번 매각이 최선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라며 “박 회장의 몽니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갈수록 거세지는 매각 반감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는 상황은 채권단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날 금호타이어 전국 대리점주와 협력업체는 서울 종로구 금호타이어 본사 앞에서 더블스타 매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광주와 곡성공장 폐쇄와 이로 인한 4,000여명의 고용불안과 기술력 유출에 따른 국내 타이어 업계의 연쇄 피해는 물론이고 방산기술과 상표권 유출 등이 현실적인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며 더블스타로의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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