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첫 시정연설을 전후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인사청문회 정국이 계속 꼬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물론 시정연설 직전에 이뤄진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환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 장관급 인선에 대한 항의의 표시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는 참석했으나 ‘국민약속 5대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등의 문구를 본회의장 의석 컴퓨터 모니터 뒷면에 붙이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청와대는 뒤엉킨 인사정국을 풀기 위해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등을 총동원, 야당과의 전방위 접촉에 나섰다. 앞서 장 실장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청문보고서 채택 협조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야당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특히 11일 발표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총리 등 5명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두고 “코드인사가 시작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대표는 “지금까지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9명이 대선 공신”이라며 “코드인사는 국민 통합을 해치고 극단적 정책 편향성을 가져온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다. 탄핵정국으로 국정 공백이 6개월 이상 이어진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도 눈앞이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넘도록 안보 경제 등 시급한 현안과 장관 추가 인선 등이 가로막혀 있다. 그렇다고 지지층의 바람을 외면한 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버리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도와 원칙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그간 소통과 협치를 입버릇처럼 외쳐 왔다. 취임사에서도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며 “수시로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사전 환담 및 시정연설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원론적으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간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문 대통령은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야당을 대해야 한다. 5대 인사 원칙이 비현실적 공약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하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
야당도 특정 후보자 문제를 다른 후보자 청문회나 정책 현안과 연계시키는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된다. 특정 후보 낙마를 위해 인선 절차 전반의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더 이상 정쟁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 된다. 여야 모두 협치의 초심으로 돌아가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