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의원 존칭ㆍPPT 활용 파격 선보여
한국당, 박수 안치고 침묵시위ㆍ환담에도 불참
12일 국회를 방문해 첫 시정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한번의 파격을 선보였다. 국회의 협력을 얻기 위해 의원들에게 격식을 갖춘 존칭을 사용하며 낮은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기업 설명회에서 볼 법한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 자료도 적극 활용해서 눈길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설명을 위해 단상에 올라 “19대 국회 때 바로 이 자리에서 당대표 연설을 했고, 국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많아서 친근한 동료의식을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국가 원수의 자리에 있지만 최근까지 동료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낮은 자세로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의원님들께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등의 존칭도 자주 사용했다. 주요 단락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쓰며 의원들에 대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30분간 진행된 문 대통령의 시정 연설 동안 국회 본의장 스크린에는 총 24장의 PPT 슬라이드 자료가 선보였다. 구직난을 겪는 청년층의 어려운 사정을 언급하는 연설 부분에서 면접을 기다리는 구직자가 손을 모은 채 찍은 사진이 나왔고, ‘잘 지내지?’라는 자살 방지 문구가 적힌 한강다리 난간의 사진도 등장했다. 팍팍한 민생현실을 보여주는 감성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한편, 추경 예산이 집행됐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치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등 구체적인 수치를 그래프로 제시하며 국회의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은문 대통령이 입장하고 퇴장할 때 일어서 박수를 쳤지만,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기립으로 예우는 갖추되 박수를 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의 연설 도중에는 모두 16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대체로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각자의 모니터 뒤 면에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국민약속 5대 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등이 출력된 A4 용지를 부착하는 등 항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이어 연설 직전 열린 문 대통령과의 환담에도 불참했다.
다만 연설을 끝낸 문대통령이 단상 아래로 내려와 두 손을 건네며 먼저 다가가자 정 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중진 의원들도 그제서야 기립해 악수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모습을 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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