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영국을 방문하기로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사회의 강한 반(反)트럼프 정서를 우려해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테리사 메이 총리와 통화에서 영국민이 자신을 환영할 때까지 방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대규모 시위가 예상될 경우 방문을 원치 않는다면서 완곡하게 초청 거부 의사를 내비쳤고, 메이 총리는 크게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총리실 측은 일단 “정상끼리 나눈 사적 대화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 초청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양국 정상이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영국 방문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방영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앞서 1월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연내 트럼프 내외의 ‘국빈방문(state visit)’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트럼프도 흔쾌히 응했다.
영국 사회의 반트럼프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영국 내에서도 찬반 입장이 팽팽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공개 지지한 데다, 최근 일어난 런던 브리지 테러와 관련해 이민자 출신 무슬림 사디크 칸 런던 시장과 벌인 설전으로 거센 반발을 샀다.
가디언은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깨뜨리지 말라는 영국의 설득 노력에도 탈퇴를 강행했다”며 “유럽과 미국의 가교 노릇을 해 온 영국의 전통적 역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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