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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스펙트럼은 끝이 없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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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스펙트럼은 끝이 없다(인터뷰①)

입력
2017.06.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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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가 '대립군'에 출연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정재가 '대립군'에 출연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제는 '국민 배우'라고 불러도 될 듯 하지만 이정재는 결코 쉬운 영화를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는 현장에서 뒹굴고 몸을 혹사 시킨다. 지난해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전쟁 액션신을 찍으며 인대가 늘어나는 등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 ‘대립군’에서도 적당한 타협은 없었다.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모으기 위해 광해군과 대립군이 함께 먼 지역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로드무비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들은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영화 속 인물들처럼 전국 방방 곳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특히 1592년 조선을 그려내기 위해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험난한 곳까지 찾아갔다. 이들의 고생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덕분에 의도한 것들이 부족하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촬영 당시 무조건 5시까지만 찍고 철수 해야 했다. 산속이라 조금만 늦게 끝내면 바로 어두워졌다. 게다가 보는 사람들은 잘 못 느낄 수도 있지만 모두 다른 장소다. 사실 우리도 촬영하면서 ‘왜 여기까지 와서 찍어야지?’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촬영 장비들도 이동하고 다시 펼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었고 스태프들은 더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찍을 수 없었다. 이 영화는 그렇게 찍으면 안 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지난 영화들처럼 다치지는 않았다.”

이정재가 맡은 토우라는 캐릭터는 척박한 땅에 살아가는 천민으로,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이 되는 인물이다. 그동안 ‘관상’의 수양대군, ‘암살’의 염석진 등 시대극에서도 신분이 높거나 부자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가 천민 역할을 소화하는 건 어땠을까. 특히 ‘관상’이나 ‘암살’ 등에서 선보인 연기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에 차별화 하는데 신경 써야 했다.

“실제로 난 높은 계급이 아니라 일반 사람이지 않나.(웃음) 캐릭터는 그 인물이 살아온 과정을 떠올리면서 완성한다. 수양대군이나 토우는 계급이 다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사실적인 내용 몇 개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넣어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후엔 그 인물이 사람을 대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템포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자연스럽게 나온다. 토우는 산에서 살기 때문에 목소리가 클 것 같았고, 전투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갈라지고 쉬었다. 후시 녹음으로 목소리 톤을 잡기도 했다. ‘사극은 다 저런 것 아니냐’ ‘수양대군이랑 똑같네’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고민이 담겨 있다.”

이정재가 '대립군'에 출연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정재가 '대립군'에 출연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또 토우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는 인물이다. 낮은 신분이지만 리더십을 갖췄기 때문에 대립군의 수장으로서 천민들을 이끌고, 세자인 광해군에게까지 연민과 희망을 함께 줘야 했다. 동시에 그는 모든 사람들의 목숨을 보장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따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토우라는 인물을 떠올려 봤을 때, 투박하고 동물적인 직감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산속에서 살기 때문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민감하고 생존해야 한다는 공포심이 항상 있었을 것이다. 많이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공포에 차 있는 모습을 잠깐씩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데뷔 23년 차, 그동안 이정재는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났다. 안 해본 장르가 없을 것 같지만 앞으로도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영화 ‘도청’에서는 오랜만에 그의 생활 연기를 볼 수 있으며, ‘신과 함께’에서는 염라대왕의 모습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장르적으로 안 한 건 SF와 호러가 있다. 요새 ‘내가 생활 연기를 한 게 언제지?’라는 생각을 했다. 한참 된 것 같다. 그런데 다음 영화인 ‘도청’이 생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다. 잘 됐다 싶었다. 오랜만에 조금 자유롭고 말랑말랑한 캐릭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8월 초에 ‘도청’을 찍고, ‘신과 함께’는 여름에 개봉하니까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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