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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복지는 국민건강 지키는 기본권

입력
2017.06.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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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다리를 다친 한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처부위를 봉합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그 환자는 비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직접 치료한다. 사고로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된 또 다른 환자는 병원에 갔지만 손가락 하나만 수술을 받는다. 한 손가락은 6만 달러, 다른 한 손가락은 1만2,000달러를 지불해야만 봉합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 손가락을 포기한 것이다. 그 또한 의료보험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다. 미국사람들이 실제 병원에서 겪었던 사례를 모아 의료제도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것이다. 선진국인데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제도만큼은 실로 충격적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과 의료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의료보험 못지 않게 병원시설도 중요하다. 최근 국내 한 뉴스에서는 같은 병에 걸려도 대형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의 사망률이 있는 곳보다 훨씬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팀의 조사 결과 똑같은 병으로 입원해도 큰 병원이 없는 지역의 환자 사망률이 500병상 이상 대형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보다 높았다. 중증 질환을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중증ㆍ고난이도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이 없는 취약지가 전국49곳에 달했다. 이들 취약지의 사망률은 평균에 비해 입원환자가 1.3배, 중증질환자 1.8배, 주요 수술환자 1.4배, 그 외 일반수술 환자는 1.3배나 되었다. 특히 대도시 대형병원과 지리적‧시간적으로 먼 지역의 사망률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런 취약지 거주 주민이 680만 명이나 된다. 13%가 넘는 국민이 의료 불평등 상태에 있는 셈이다.

최근 용인에서는 2년 반 만에 동백 세브란스 병원 공사가 재개됐다. 그 동안 용인에는 종합병원이 있긴 했지만 모두 300병상 미만이어서, 취약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취약지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중증 질환을 앓는 시민들은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러 인근 도시로 다녀야만 했다. 100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에 대형 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것은 시장으로서 수치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취임 이후 중단된 동백 세브란스 병원 공사를 재개토록하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해당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자금난과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병원 측에 ‘당근’을 제시해야만 했다. 그리고 2년여의 노력 끝에 755병상을 지닌 첨단 의료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병원이 완공되는 2020년이면 의료ㆍ바이오ㆍ제약ㆍ의료기기 산업이 한 곳에 모아진 수도권의 거점 의료복합단지가 된다.

일부에서는 의료기관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복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기본권이다. 100만 시민이 혜택을 보는 서비스라면 어느 정도 혜택을 줘서라도 유치하는 게 시민 건강을 위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의료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정찬민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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