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 임무 마치고 이임식
“존재감 없다”는 비판으로 시작
정치ㆍ경제 등 대내외 악재 불구
“비교적 안정적 위기 관리” 평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을 갖고 경제사령탑으로서 17개월 간의 임무를 끝냈다.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 속에 임기를 시작했지만, 유례없는 정치 혼란과 숱한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제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부총리는 이날 이임사에서 “지난해 유난히 춥던 겨울날 이 자리에 섰다. 당시 경제 여건은 빨간 불 일색이었다”고 취임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실제 유 부총리가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경제부총리로서 임기를 시작했을 때, 한국의 경제 환경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수출부진과 내수둔화의 이중고를 겪던 상황이었고, 미국의 금리인상 개시 파고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던 시점이었다. 유 부총리는 취임 후 바로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경기보강대책을 내놓았다.
2분기부터는 해운ㆍ조선 구조조정이 이슈로 떠오르며 성장과 고용의 발목을 잡았고, 3분기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영향이 거세졌다. 급기야 4분기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치 불안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위기 관리에 주력했다. ‘초이노믹스’라는 거창한 용어를 남기며 존재감을 과시했음에도, 별다른 실속 없이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규모만 늘린 전임자(최경환 전 부총리)와는 다른 행보였다.
임기 초반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 조용히 물밑에서 상황 관리에 주력한 유 부총리의 성과는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다시 두자릿수 성장률을 거듭 중인 수출은 물론, 내수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민간 투자도 점점 살아나면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6분기 만에 처음으로 1%대롤 회복하기도 했다.
연간 10조원 가량의 초과세수가 나올 정도로 재정건전성도 회복되어, 차기 정부에 넉넉한 곳간을 물려 줄 수 있게 된 점도 나름의 업적이다. 다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산업 구조조정, 역대 최악 수준의 청년실업 등의 과제는 미처 풀지 못하고 후임자인 김동연 부총리에게 넘겨주게 됐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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