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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애의 필드 다이어리] 대한민국에서 여자 골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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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애의 필드 다이어리] 대한민국에서 여자 골퍼로 산다는 것

입력
2017.06.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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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신애./사진=박종민 기자.

여자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사들에도 많은 댓글들이 달리곤 합니다. 오늘은 그 중 '악성 댓글'에 관한 생각을 전해볼까 해요.

사실 제 골프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악성 댓글'이에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문한 2009년 신인왕에 오르고 이듬 해 2승을 올릴 때만 해도 좋았지만, 이후 한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악성 댓글에 시달렸어요.

'악성 댓글'에도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만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든지 "우승은 언제 하나" 등과 같은 댓글들은 쓴소리이긴 하지만, 제 골프 인생에 뼈와 살이 되고 흔들릴 때 자극이 되는 '조언'들이라서 도움이 된답니다.

하지만 상처만 받게 되는 댓글들이 있어요. 음담패설에 가까운 댓글들인데요. 너무 야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인 그런 댓글들을 읽으면 여자로서 수치심을 많이 느끼게 된답니다.

저를 두고 '지저분하다'라는 등 표현하시는 분들도 봤는데 큰 상처가 됐어요.

▲ 안신애./사진=안신애 제공.

꾸미는 것만 부각되는데 저도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입니다. 전지훈련을 가면 연습량이 적은 편은 아니에요. 전지훈련 땐 하루 8시간 정도 훈련합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1시간 30분 정도 할애하는데 코어 운동을 위주로 해요. 엉덩이, 허벅지 등 근육을 늘리고 밸런스 운동도 집중적으로 하곤 하죠. 복싱,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들도 빠짐없이 한답니다. 스윙 순간 임팩트를 낼 수 있도록 말이죠.

골프를 잘 하고 싶지 않은 골프 선수는 아무도 없답니다. 투어 선수들 모두 매일 같이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합니다. 골프 선수들은 손가락 하나만 베어도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데 단순히 보이는 성적 하나 만으로 노력의 양을 지레짐작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해요.

여자로서 외모가 훌륭하든 평범하든, 저를 비롯한 KLPGA 선수들 모두 눈물, 피땀 흘려온 사람들이에요. 직장인 분들이 그러하듯 저희 선수들도 하루하루 열심히 산답니다. 댓글을 달 때 선수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악성 댓글'들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는 것도 망설이던 적이 있었어요. 알려진 사람들이 SNS를 하면 특히 손해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SNS를 통해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삶에도 힘든 순간들이 많지만, 그런 모습들을 공유하면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 분들 또한 그 힘든 느낌을 공유하게 될 것 같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저를 포함한 KLPGA 선수들의 기사에 많은 응원 댓글들 남겨주세요. 쓴소리라도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당근을 먹을 때가 있기에 채찍도 맞을 줄 아는 선수가 될게요.

▲ 안신애./사진=박종민 기자

곧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15~18일)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어스 몬다민컵(22~25일)에 출전할 예정이에요. 한국여자오픈이 열리는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코스는 양잔디이고 러프가 길면서 다소 난이도가 있는 코스로 기억해요. 그래도 2015년 대회에서 3위를 한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집중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만큼 기대가 많이 되네요. 헤헤.

그 후 일본에 다시 가게 되는데 이번엔 조금 편해진 안신애, 적응된 안신애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겠지만, 혹여 좋지 못한 성적으로 또 실망시켜 드릴까 봐 걱정도 되긴 합니다. 그 후 또 악성 댓글들이 몰려 온다면 어휴 끔찍하네요. ㅠㅠ

정리=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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