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간 3대째 정통일식집 한 우물
경북 대대로 물려오는 老鋪 재조명
“밤 10시 넘어 웬 노인이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이승만 대통령이었습니다.”
경북 김천시 김천역 앞 정통일식집 ‘대성암 본가’의 정홍령(75) 창호(42) 부자는 75년간 작고한 어르신의 가업을 3대째 잇고 있다. 이곳이 바로 경북 최고(最古)의 서비스업체다.
이 일식집은 1920년대 일본인이 처음 문을 열었다. 고 정준용씨는 1942년 이 곳에서 일을 배우다 해방 후 일식집을 물려받아 회와 메밀국수, 매운탕, 초밥 등 다양한 일식을 선보였다.
59년 아들 정홍령씨가 가업을 이어받았고, 98년에는 손자 창호씨가 바통터치했다. 이곳에는 이승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녀갔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군인 시절 다녀갔다. 단골 손님들은 일식집과 같이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고, 그 자녀와 손주들이 새 고객이 됐다.
“옛날 방식대로 육수를 내고 음식을 내놓지만 입맛이 달라지면서 초밥과 오뎅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는 정 사장은 “옛날 일본인 사장의 부인이 10년 전 할머니가 돼서 찾아와 ‘아직도 간판을 그대로 내걸고 장사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갔다”고 덧붙였다.
경북도는 이발소와 안경점, 한약방, 사진관 등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다양한 업종의 노포(老鋪)를 발굴, 스토리텔링북을 제작 보급할 계획이다.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전통을 간직한 장수기업이 시대변화에 밀려 사라지기 전에 발굴, 100년 이상 지속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