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250만원짜리 신용카드가 출시됐다.
11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4월말부터 국내에서 연회비가 가장 비싼 '더 블랙 에디션2'를 내놓고 신규 회원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연회비는 현대카드 '더 블랙'과 삼성카드 '라움 O', 하나카드 '클럽 1', KB국민카드 '탠텀' 등이 2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현대카드는 '더 블랙 에디션2'를 내놓으면서 연회비를 50만원 인상한 대신 각종 여행 바우처와 항공기 좌석 업그레이드 서비스 등을 이전보다 강화했다.
‘더 블랙’ 시리즈는 고객이 원한다고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현대카드가 먼저 고객을 초청한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과 브랜드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등 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직접 심사해 만장일치로 승인이 나야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005년 ‘더 블랙’을 처음 출시하면서 최대 회원수를 9,999명으로 못 박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입자는 2,000명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새로 가입한 고객 수도 약 40명에 불과하다. '더 블랙' 1호 주인공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더 블랙' 고객으로 알려진 가수 지드래곤은 노래 가사에 '내 카드는 블랙, 무한대로 싹 긁어버려'라고 쓰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더 블랙 에디션2' 역시 '더 블랙'과 같은 회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가입하기도 어렵고 연회비도 비싸지만 일단 '더 블랙 에디션2' 카드를 갖게 되면 연회비 이상의 고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명품 브랜드 바우처와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이용권, 특1급 호텔 이용권 등을 준다. 여기에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은 퍼스트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특히 365일 24시간 콜센터를 통해 개인 비서처럼 부탁을 들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늘 오후에 급히 홍콩으로 갔다가 다음날 두바이로 가야 하니 비행기 티켓을 구해달라"는 단순 주문부터 "싱가포르로 출장을 왔는데, 고객을 모시고 갈 수 있도록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 중 괜찮은 곳을 예약해 달라"는 요청도 해결해 준다. 또 회원만 초청해 해외 유명 와인 전문가나 명품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소규모 파티를 열고 인맥도 쌓게 해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더 블랙과 비교해 기본적인 서비스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연회비가 올라간 만큼 여행관련 바우처 발급이나 항공권 업그레이드 혜택이 더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연회비가 고가인 만큼 일반 카드 이용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카드를 쓰고 있는 한 이용자는 “신용카드 연회비가 월급에 버금간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극소수를 위해 일반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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