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회견선 카타르 비판
美 중동정책 오락가락 혼선 불러
카타르 단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관련국들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적극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 정리를 위해 애쓰는 정부 측과 달리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는 반응을 보여 단교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의 진짜 입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카타르에 대한 봉쇄가 의도치 않게 인도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고, 미군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관련국들은 즉각 역내 상황을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10개국이 지난 5일 이후 카타르가 테러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 항공기ㆍ선박ㆍ육로 통행 등을 차단하며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이 본격적인 중재에 착수한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카타르는 사우디와 유일하게 육지로 연결돼 있지만 이번 단교 사태로 고립돼 식료품 사재기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의 성명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카타르를 비판하며 미국의 입장을 흐렸다. 그는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회담 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카타르가 아주 높은 수준으로 테러리즘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카타르가 빌미를 줬기 때문에 관련국들이 카타르에 압박을 계속 가하더라도 미국은 이를 이해한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트럼프와 틸러슨의 톤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두 사람의 입장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이번 봉쇄로 식량 부족, 이산가족 문제 등을 걱정하면서도 카타르의 테러 지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트럼프가 중동 지역 내 긴장 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는 5일 트위터를 통해 카타르 단교 사태와 관련 “내 중동 방문의 성과”라고 말했고, 7일에는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군주와 통화하며 “중동 지역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의향이 있다”라고 강조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행동을 보여 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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