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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절벽’ 시작된 조선업계… “1년 어떻게 버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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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절벽’ 시작된 조선업계… “1년 어떻게 버티나”

입력
2017.06.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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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선박 등 제조업 근로자

1년새 4만 4500명 줄어 22%↓

올해 수주는 내년 돼야 일감

향후 1년 대량 실업 사태 불가피

빅3 생산직 3분의1 일손 놓을 듯

합력ㆍ하청 근로자 더 큰 타격 우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빅3 조선소마저 내년까지 현재 생산직의 최대 3분의 1 정도가 일감이 없다.”

지난해부터 우려와 경고가 끊이지 않던 조선업계 ‘일감 절벽’ 문제가 결국 현실화됐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계에 대형 수주 소식이 이어지지만, 이번 수주로 일감이 생기는 것은 1년여의 시차가 있어 향후 1년 이상 대량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

당장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선박, 항공기, 철도차량 등을 만드는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상시근로자(임시직 포함, 일용직 제외) 수가 지난해 5월보다 4만4,500명이 줄어 22.2%의 감소율을 보였다. 14개월 연속 감소 추세이며, 감소율은 두 달째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그야말로 ‘추락’ 수준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업 도시인 울산과 경남의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울산은 지난달 지난해 5월 대비 2만3,100명(13.0%), 경남은 2만700명(5.5%)가량 상시근로자가 줄었다.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고용 한파는 일 년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점점 줄어드는 일감으로 인해 하반기에 수천명의 생산 인력이 남게 된다. 두 회사 모두 1분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황형 흑자’여서 유휴 인력을 일감이 생길 때까지 끌고 가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고통분담을 위한 유급 또는 무급 순환휴직 역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미 11개 독 중 3개를 가동 중단한 현대중공업은 하반기에 일감 부족으로 5,000여명의 생산 인력이 일손을 놓아야 한다. 전체 1만6,000여명의 직원 중 3분의 1 정도가 할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전체 직원수가 약 1만 2,000명인 삼성중공업도 전체 8개 독 중 하반기에 1개 이상을 가동 중단할 전망이어서 1,000명 이상이 일손을 놓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이미 2000여명의 직원이 퇴직했는데 자구계획에 따라 내년 초까지 2,000~3,000명을 더 감축해야 한다.

전체 인력 1,440명 중 절반 가량이 유급 휴직 중인 성동조선해양은 올 10월 말이면 일감이 바닥난다. 현대미포조선도 일감이 줄어 울산에 위치한 독 4개 중 1개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진 남는 인력이 없을 것”이라며 “올해 수주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면 내년 하반기에 유휴 인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일감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대형 조선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협력ㆍ하청업체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조선소에서 일하는 인력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가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은 전체 조선업종 인력에서 비중도 적고 해고가 어려워 줄어드는 데 한계가 있지만 조선사들이 수주에 맞춰 계약하는 협력ㆍ하청업체는 일감이 없어지면 문을 닫을 위험이 있어 실직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감 부족은 당장 수주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수주 이후 설계ㆍ조달 기간을 거쳐 실제 건조까지 평균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겪었던 최악의 수주 절벽이 1년여의 시차를 두고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공공선박 250척, 11조원 규모를 발주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난해 말 발표한 바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일감절벽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공발주를 늘리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연장하는 등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눈앞에 닥친 일감절벽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정규직 노조도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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