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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제2의 사드 사태 겪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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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제2의 사드 사태 겪지 않으려면

입력
2017.06.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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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갈등 부른 건 우리 정부 자충수

한미동맹 균열 초래한 사드배치 연기

우리 안보가치 재정립 계기로 삼아야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사단이 난 건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 미군사령관이 “한국에 사드 전개를 요청했다”고 발언하면서다. 북한이 3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뒤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미국 청문회에서 “주한 미군의 자산으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이 없다”고 폭탄발언을 하자 미국은 경악했다. 그때 그가 제시한 게 사드였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 우리 정부의 ‘3노’(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라는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됐다. 이것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이다. 다음달 정부는 전격적으로 사드배치 협의를 공식 발표했다. 엄청난 논란이 뒤따랐다.

북한의 핵위협이 커진다고는 해도 아무런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지금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 겪고 있는 사드 분란은 협의 결정의 출발단계부터 꼬인 탓이 크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사드 배치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드는 우리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주한 미군, 즉 미군의 안위와도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생략하면서 정부 스스로가 옴짝달싹 못하게 외교적 공간을 없애 버렸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의 절차적 정당성을 들어 사드 배치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된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것일 테지만 북핵문제를 비롯해 우리 국익과 관련된 중국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중국의 반발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정부가 ‘국내적 사안’ ‘절차상 문제’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사드 배치 연기 결정이 한미동맹의 근간을 해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가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긴급 사안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가진 우리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실시에 관한 회의에서 “사드는 미국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내가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며 “왜 그런 정서가 논의를 지배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를 고려해 직설적인 표현은 하지 않지만 양국이 합의한 ‘사드 연내 배치’ 이행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의 불만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한미 합의를 무시하면서까지 사드 배치를 수년간 미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정부의 안보의식이다. 사드 배치는 정부가 밝힌 대로 법령상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일 수 있지만, ‘군사작전의 긴급한 수행’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평가를 받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판단이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사드가 북핵과 한미동맹에 미치는 전략적 가치를 두루 살핀 발언이었는지 의문이다. 만약 북핵문제의 시급성에 한국과 미국이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지금 국면에서 큰 문제다.

사드 문제가 봉합된다 하더라도 이런 유의 문제는 앞으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한미동맹과 안보공조의 신뢰를 시험하는 새로운 갈등의 문을 연 것일 수 있다. 북핵 위기가 지금보다 더 급박하게 돌아간다면 사드 이상의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 안보에 투입될 수 있다. 전략폭격기일 수도 있고, 핵잠수함일 수도 있고, 항공모함일 수도 있다. 중국은 또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다. 며칠 전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실험에 성공했을 때도 반대했던 게 중국이다. 이런 무기가 우리의 동해와 서해 바다에 들어올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사드 사태에서 배워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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