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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신경 안 써요" 이 뜻밖의 권상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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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신경 안 써요" 이 뜻밖의 권상우(인터뷰)

입력
2017.06.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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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 수컴퍼니
배우 권상우. 수컴퍼니

인터뷰 분위기는, 우연히 슈퍼를 가다 마주친 동네 오빠(또는 형)와 대화를 상상하면 되겠다. 누가 봐도 번듯하게 잘생긴 권상우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오늘 수염 미는 걸 깜빡했다는 둥, 자신도 40대 직장인처럼 위·아래로 치인다는 둥, 평범한 사는 얘기를 말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권상우를 만났다.

▲"'추리의 여왕', 원래 드라마 생각 없었는데"

-'추리의 여왕'이 끝났다.

"재밌게 찍은 드라마다. 끝나서 아쉽고. 나빴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 원래는 올 상반기에 드라마 할 계획이 없었는데, 예전에 일했던 매니저 형한테 얘기를 듣고 제작사 대표님, KBS CP님을 만나게 됐다. 그제야 대본을 읽었는데, 막힘 없이 줄줄 읽히더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방 시작하게 됐다. 급하게 시작한 것에 비해 감독님과 호흡도 좋았고, 재밌던 작업이다."

-엔딩은 시즌2를 염두에 둔 열린 결말일까.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웃음) 시청자들이 그걸 원하는 게 아닐까? 시청률로 보면 엄청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찍으면서 최강희 씨랑 '우리가 원하는 목표 만큼은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농담 삼아 감독님한테도 '시즌2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강희 씨 하면 저도 하겠다' 했고. KBS 센터장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 중요한 건 대본이니까, 잘 만들어지면 시즌2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후반에 반응이 더 좋았다던데

"사실 시청률은 초반이 더 좋았다. 그래도 촬영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시민들 반응이 느껴지지 않나. 매일 편하게 가던 곳이라 예전엔 '권상우 왔네' 이 정도였는데 '추리의 여왕' 하고 부터 '사진 찍자', '사인 해달라' 하니 그때부터는 드라마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걸로 많이 만족한다."

-권상우가, 사진과 사인 요청이 새삼스럽다고?

"워낙 치열하니까. 몇 년 전이면 몰라도 나도 지금 40대가 됐고, 당연하게 생각하진 않지."

▲"가장 된 후 보험·적금 들어…어른 된 기분"

-가장이 된 뒤로 좋은 점은 뭘까.

"내 인생이 좋아졌다. 애가 생겨서 보험, 적금도 들게 됐다. 내 가족, 부모님 신경 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잖나. 나도 일 없을 땐 집에 있는 게 가장 편하다. 결혼 후로는 밤 10~11시에 잤다. 드라마 촬영할 때는 예민해져서 늦게 잠들었는데, 작품 끝나니까 금방 다시 10시에 자게 되더라고. 그런 편안한 환경 자체가 좋다."

-보험, 적금이라…예전엔 안 했나?

"그땐 예금 저축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에게 내가 없을 때를 생각하게 되고, 대비하게 되고.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아빠가 나온 프로그램을 보나.

"룩희가 아홉 살인데, 그런 얘기하는 걸 쑥스러워 한다. '너도 아빠처럼 TV 나오는 사람 되고 싶어?' 그러면 자기는 못 한다더라. 아마 내가 나오는 거 본 적은 있을 텐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진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

-아빠처럼 TV에 나오고 싶다고 한다면

"안 말린다. 자기 일하면서 행복하게 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혹시 '끼'가 있어 보이나

"글쎄, 룩희는 축구선수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운동신경이 있다. 그리고 매우 의젓하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룩희처럼 키우기 쉬웠던 아이도 없는 것 같다. 동생한테도 잘하고, 얌전하다. 내가 정말 축복을 받았다."

-아이들이 성장 중인데, 작품 선정할 때도 아이들이 볼 것을 염두에 두지 않나.

"전혀. 아니다. 내가 배우로 살아남기가 힘드니 아이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드라마 한 편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웃음) 애 생각하고 그럴 겨를 없지."

배우 권상우가 한국일보닷컴과 인터뷰를 가졌다. 수컴퍼니
배우 권상우가 한국일보닷컴과 인터뷰를 가졌다. 수컴퍼니

▲"매 작품 낭떠러지라 생각…촬영장 즐겁다"

-원조 한류스타도, 어느덧 40대다

"꾸준히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배우로서 목표가 거기(한류)에 있진 않고, 한국에서 드라마, 영화를 한 작품씩 할 때마다 배우는 게 더 많다. 지금은 당장 '탐정2' 촬영하는 게 걱정이다. '탐정'이 아주 많은 스코어를 낸 영화는 아니니까. 2편에서는 그 벽을 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난 매 작품 위기라고, 낭떠러지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웃음) 결혼하기 전에는 이 광고 안 해도 저 광고가 들어오고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땐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저를 찾아주시는 작품들, 책(대본) 줄 때 거기에 '권상우' 이름 써 주는 그 자체가 감사하다. 그런 작품은 더 열심히 읽어 본다. 연출자든 제작사든 저를 믿고 주는 것에 대한 의리랄까. 그런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40대가 된 후의 변화라면

"거창한 것 보다 그냥 현장에 있을 수 있는 게 고맙게 느껴지는 시기가 됐지. 힘들단 생각은 안 든다. 현장에 있는 게 정말 즐겁다. 이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흥분된다."

-보통 회사원들은 40대가 위, 아래로 치여 힘든 시기라는데. 배우도 그런 게 있을까?

"있다. 다들 있는데 다른 배우들은 말을 안 하는 거 아닐까. 나 또한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배우들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그런 그래프를 그리지 않나. 결국 오래 남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한다. 나야 너무 굴곡진 그래프는 이제 지난 것 같다. 지금부터는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완만하더라도 천천히 상승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싶다."

-여전히 해외서 인기가 상당하다

"감사하다. 예전에 정신없이 살았던 때가 있으니 결혼한 후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위를 돌아보게 되더라. 이렇게 일하고 있는 환경 자체가 감사하다고 많이 느낀다. 아이들도 생겼고, 결혼하는 순간 누군가의 현실적인 이상형에서 탈락되는 거지 않냐. 그런데 이후에도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던 것, 십 몇 년째 일본에서 꾸준하게 팬미팅을 해온 것도 행운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오는 드라마를 해외에서 바로 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도 역시 감사하다."

배우 권상우가 '추리의 여왕' 종영 후 인터뷰를 가졌다. 수컴퍼니
배우 권상우가 '추리의 여왕' 종영 후 인터뷰를 가졌다. 수컴퍼니

▲"완벽한 배역 자신 없어…결핍된 캐릭터 끌린다"

-배우 권상우에게 슬럼프가 있었을까?

"보다시피, 난 되게 건강한 마인드다. 어떻게 모든 작품이 다 잘되겠냐. 작품이 안 되면 그 다음엔 더 나은 거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난 액션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런 배역이 내게 1차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시기는 있었다. 그 돌파를 영화 '탐정'으로 하게 된 거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니까 또 여러 다양한 장르의 대본이 들어왔다. 그런 걸 극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누아르, 멜로, 코믹도 하고 싶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배우가 되겠다기 보다 매 순간 관객들 눈에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1000만 작품 배우도 되고 싶지만 300만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 내가 어떻게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할 수 있겠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캐릭터는 자신이 없다. 뭔가 결핍돼 있는, 뭔가 부족한 캐릭터에 끌린다. 그런 역할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하는 배역이 들어오지 않던 시기라…

"구체적으론 최근 3~4년? 해외 활동을 많이 하고, 눈에서 안 보이니까 안 찾아주는 느낌도 있었다. 아 물론 제의가 아예 안 온 건 아니고(웃음) 들어온 건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한 거다. 저 그렇게 힘든 상황 아니다.(웃음)."

-어쨌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장르에 순위를 매기자면, 1순위는 액션이겠다?

"그렇지. 나이가 있으니 나중엔 신체적인 한계도 올 거고. 그러니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지금은 복싱 관련 대본이 들어와 있는데, '복싱을 언제 써먹을지 모르니 다시 시작해야지' 하고 들떠 있는 상황이다."

-제작 욕심도 있나.

"작가들과 상의해서 만들어 놓은 트리트먼트도 있고. 완성된 시나리오도 2개 갖고 있다. 하나는 꼭 나중에 만들어 보고 싶은 작품이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글쎄. 3년 안에 영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배우 권상우가 '추리의 여왕' 종영 후 인터뷰를 가졌다. 수컴퍼니
배우 권상우가 '추리의 여왕' 종영 후 인터뷰를 가졌다. 수컴퍼니

▲"외모 신경 안 써…'천국의 계단' 때도 셀프 헤어 메이크업"

-오늘도 그렇고, 데뷔 때부터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것 같은데

"그건 오해가 있다. 원체 외모에 진짜 신경을 안 쓰는 스타일이다. 요즘 배우들은 촬영장에 스타일리스트 2명씩 데리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전 현장에 가도 헤어, 메이크업을 그쪽(촬영장)에 다 맡기는 편이다. 이건 처음 말하는 거 같은데 심지어 '천국의 계단' 때 헤어, 메이크업도 제가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천국의 계단'을 보면 이상하다. 지금은 헤어하시는 분과 같이 일하고 있긴 한데…아무튼 외모에 거의 신경을 안 쓴다. 오늘도 머리는 제가 하고 왔다. 면도는 깜빡하고 못 하고 나왔다(웃음). 그런 데 둔감한 편이다."

-외모에 신경 안 쓴다? 잘생겨서 가지는 자신감인가

"에이. 글쎄. 피부는 좋다(웃음)"

-몸 관리 비결이야 있겠지

"전 식단 조절을 해 본 적이 없다. 먹는 걸 좋아해서 조절을 못 한다. 비(정지훈)랑 만나면 비가 항상 '어떻게 음식 조절을 안 하고 몸을 만드냐'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몇십 년간 갑자기 '몸을 만들자' 하고 만든 적이 없고 그냥 매일 한 시간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성취감의 문제 아닐까? 대역 안 쓰고 직접 하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꾸준히 연마한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한다."

-액션은 위험하니 집에선 싫어할 텐데

"싫어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발목에 물이 찼다. 3번 정도 물을 뺐는데도 또 차고…깁스를 해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아내(손태영)가 좀 싫어하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내가 직접 액션 하고, 내 얼굴이 보이는 걸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그게 사기 안 치는 거 아닌가. 그런 것만 보여주고 싶다."

▲"'미운 우리 새끼' 즐겨봐…특별MC 출연 OK"

-예능 출연 섭외가 제법 있겠다

"섭외야 많이 들어온다. 예능 출연이 재밌긴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재밌게 할 자신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하는 배우한테 장기적으로 좋은 행보일까 생각이 든다."

-재밌게 보는 예능이 있나

"'미운 우리 새끼'. 연세 드신 어머니와 자식이 같이 출연하는 걸 보면 축복 받은 프로그램 같다. 나이 들면 어머니와 통화는 자주 해도 자주 보진 못 하니까. 부모님과 서로 알아가는 게 좋아 보인다."

-특별MC로 출연 생각은?

"재밌겠다. 섭외가 오면 좋을 것 같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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