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경찰서 경무과장 직위해제
경찰, 추가 조사ㆍ징계 절차 착수
직원 성희롱 예방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경찰서 경무과장이 동료와 부하직원을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직위해제 됐다. 미성년자 성매매 등 잇단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경찰의 기강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소속 A 경정과 B 경감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 발언을 한 박모 경정을 직위해제하고 징계 절차를 착수했다. 박 경정에 대한 조사는 서울경찰청에서 진행했으며, 징계 절차는 규정에 따라 경찰청에서 밟고 있다.
박 경정은 지난달 A 경정과 B 경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밤이라 그런지 심심하다’거나 ‘내가 집으로 가서 안마 좀 해줄까?’ 등 성희롱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광진서가 자체 실시한 성희롱과 성추행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설문에서 박 경정 행동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자 광진서는 곧바로 1차 조사를 했으며, 서울경찰청으로 사건을 넘겨 추가 조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정급 이상 조사는 규정상 서울경찰청에서 하도록 돼 있다. 광진서 관계자는 “피해자들 요청에 따라 문제 제기 직후 서 차원에서 발 빠른 대기발령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원 간 성희롱이 발생했다는 것에 더해, 박 경정이 일선 서의 성희롱 예방과 교육을 담당하는 주무과 책임자라는 점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한 경찰관은 “성희롱 하지 말라고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할 사람이 오히려 앞장 서서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보직 과장이라는 사실보다 경무과장이었단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제는 동료까지 성희롱 하냐”는 볼멘 소리와 함께 “경찰 기강이 땅바닥으로 무너진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서울경찰청 5기동단 소속 경사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그보다 이틀 전 서울경찰청 소속 경위가 근무 도중 같은 수법으로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다 붙잡히는 등 잇달아 성 관련 범죄가 발생하면서 “특단의 조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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