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와 흡연구역이 구별되지 않아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들이마셔야해요”
“흡연구역에서만이라도 마음놓고 담배 필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미흡한 대학내 흡연구역을 놓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흡연구역이 구역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흡연자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모두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것이다.
애매한 흡연구역 설정 때문에 비흡연자들은 쉽게 간접 흡연에 노출된다. 대학 내 흡연 구역은 보통 ‘OO관 건물 뒤’, ‘OO관 옆 공터’처럼 특정 건물 근처로 명확한 경계선 없이 지정되기 마련이다.
홍익대 재학생 박선미(24·가명)씨는 “팻말만 있고 어디까지가 흡연구역인지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아 K동 앞 휴게공간처럼 보행로 근처에 있는 흡연구역을 지나갈 때 자연스럽게 담배 냄새를 맡게 된다”며 “바람이 불거나 더운 여름철에는 담배 냄새가 더 쉽게 퍼지기도 해 원치 않아도 간접 흡연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흡연자들도 미비한 대학 내 흡연환경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다. 숭실대 재학생 김은원(25·가명)씨는 “흡연구역이 현재 총 6곳인데 흡연자에 비해 적기도 하고, 담배를 피려면 해당 구역까지 나가야 해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생 4명 중 1명은 흡연자다. 작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5년 20대 흡연 비율은 23.7%였다.
이러한 학생들의 민원 때문에 대학 내에서는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3월 홍익대 총학생회는 통행로와 가까워 간접 흡연 문제가 있던 흡연구역 A동 앞 휴게공간, D동 1층을 폐쇄하고, 근처 흡연구역으로 유도하는 등 개편을 추진했다. 대학 차원에서도 K동 앞 휴게공간에 올해 9월까지 가벽을 설치해 흡연구역과 보행로를 구분하기로 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도 지난해 흡연구역 바닥에 노란색 선을 그어 그동안 모호했던 흡연 구역을 정비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흡연자들을 고려해서 새로 흡연구역을 재조정하거나 오픈형 흡연부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접 흡연 문제 해결과 부족한 흡연구역을 보완하기 위해 흡연부스를 별도로 설치하는 대학도 있다.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부산대 공과대학은 인근 학과의 교수와 공대학생회 의견을 수렴해 공학관과 통합기계관에 총 3개의 흡연부스를 시범 운영했다. 부산대 공대 행정 담당자는 “흡연구역이 모호해서 생기는 학생 민원을 줄이기 위해 흡연부스를 설치하게 됐다”며 “시범 운영기간이 끝난 후 학생 설문조사 및 이용 현황을 조사해 추가 설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대 외에도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 여러 대학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흡연부스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학측은 제한된 사용 인원과 비용 문제로 흡연부스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부산대 관계자는 “흡연부스 설치 및 주변 환경 조성까지 한 개당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 앞으로 부스 개수를 늘려야 할지는 실효성을 계속 따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흡연부스를 몇 년째 운영 중인 서울 A대학 관계자는 “현재 흡연 부스 개수가 현저히 적긴 하지만 흡연부스의 실효성뿐만 아니라 학교 미관 차원에서 더 설치하는 것이 꺼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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