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는 신통찮은 데 수능에서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원정 잔혹사’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2패(승점 13)로 2위다. 안방 4경기는 모두 이겼지만 원정 3경기는 1무2패고 1골도 못 넣었다.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카타르와 8차전 원정에서 이 징크스를 깨야 한다. 하지만 결전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 내용과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벌어진 이라크와 평가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이라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20위로 한국(43)에 비해 한참 낮고 최종예선 B조에서도 1승1무5패(승점 3)로 5위에 처져 있는 팀이다. 한국은 6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슈팅은 없었다.
부동의 공격수, 손흥민(25ㆍ토트넘)은 전반 45분을 뛰었지만 슈팅은 2개에 그쳤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1골을 터뜨린 그는 대표팀에서는 지난해 10월 카타르와 최종예선 3차전 홈경기 이후 8개월째 득점포가 터지지 않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의외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을 중앙수비에 세우는 3-4-3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기성용은 수비 때 깊숙하게 내려오고 공격 때 올라가는 ‘포어 리베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였지만 섣불리 전진하지 않았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이라크가 수비에 숫자를 많이 뒀을 때 기성용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공격이 지지부진하면서 손흥민도 고립됐다. 후반에 기성용이 미드필더로 복귀해 기존의 4-1-4-1 형태로 돌아오면서 공격이 조금 활기를 띠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팀에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실전에서 (스리백을) 써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전반에) 유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타르(88위) 역시 한국전에서 밀집 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수비에 무게를 둔 스리백을 실험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라크전 소득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후반에 들어간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 이명주(27ㆍ알아인), 황일수(30ㆍ제주)는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최근 소속 팀에서 거의 경기를 못 뛴 왼쪽 수비수 박주호(30ㆍ도르트문트), 측면 공격수 이청용(29ㆍ크리스탈 팰리스)도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무더위 적응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은 현지 시간 오후 9시에 시작했다. 해가 진 뒤라 불볕 더위는 가셨지만 지열이 남아 체감 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이라크전을 마친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주장 기성용은 “우리가 굳이 말 안 해도 (얼마나 더운지) 아셨을 것”이라고 했고 2011년부터 카타르 리그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26ㆍ레퀴야)도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카타르전도 현지시간 오후 10시에 킥오프하는데 비슷한 환경으로 예측된다. 카타르전 장소인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경기 당일 가동할 지는 미지수다. 이명주는 “이곳에 일찍 안 왔으면 적응도 못 하고 방심한 채 경기장에 들어갔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했다. 기성용도 “이 더위에서 뛰어본 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동의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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