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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수입 감감한데… ‘AI 불길’ 산란계 농가로 번질라

입력
2017.06.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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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태국과 위생기준 조율 불구

반응 미온적 수입시기 차일피일

항공료 지원ㆍ무관세 혜택 종료로

가격 경쟁력 사라져 효과도 의문

산란례 농가에 전담 공무원 배치

가금류 산 채 거래 금지도 검토

7일 오후 제주 해안초등학교에서 방역관들이 이 학교 생태체험학습장에서 기르던 닭에 살처분용 안락사 주사를 놓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7일 오후 제주 해안초등학교에서 방역관들이 이 학교 생태체험학습장에서 기르던 닭에 살처분용 안락사 주사를 놓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최근 오골계, 토종닭 등 상대적으로 마릿수가 적은 ‘특수종’ 농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불길이 대규모 산란계 농가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덥고 습한 여름철까지 AI가 확산되는 등 바이러스의 내성이 강화된데다, 이번처럼 닭의 유통 경로를 따라 AI가 번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대규모 살처분으로 산란계의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된 상태인데다 계란 수입 여부도 ‘감감 무소식’이라 정부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태국산 식용란 조기 수입을 위해 태국 정부와 수입 위생 기준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처음으로 미국 신선란 수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미국과 스페인에도 AI가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태국을 대체 수입처로 지정했다.

그러나 태국산 계란 수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태국 정부가 우리 측이 제시한 위생 기준을 수용해야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태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위생ㆍ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현지 수출 작업장을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6월 중 태국산 계란을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킬 계획이었지만 태국 정부의 빠른 반응이 없는 한 사실상 수입 가능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국 외에 대안도 많지 않다. 현재 식용란 수입이 가능한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캐나다 등 거리가 먼 곳이다. 수입 계란에 대한 항공료 50% 지원은 이미 종료됐고, 무관세 혜택도 이달 중 끝나 수입 계란의 가격 경쟁력도 크지 않다.

아직까진 토종닭, 오리 등에 AI 피해가 한정돼 있지만 이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간유통상, 가금농가 관계자 등을 매개로 AI가 언제든 산란계 농가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농식품부는 각지의 특수가금 농가에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특별 관리에 착수한 상태다.

AI가 산란계 농가까지 번지면 계란 공급이 더 줄어 서민 물가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축산관측’에서 알을 낳을 수 있는 6개월령 이상 산란계 마릿수가 평년(최근 5년 평균 마릿수)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앞으로 6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지난 겨울 AI 피해로 병아리 입식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어 내년 초에나 생산량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도 전북에서는 군산(3건) 익산(2건) 임실(1건) 등에서 총 6건의 AI 의심 사례가 추가로 접수됐다. 5개 농가는 모두 토종닭을 키우는 소규모 농가로, 임실을 제외한 4개 농가는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I 진원지로 추정되는 군산 오골계 농가와 인접한 익산, 임실, 전주 등으로 AI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군산 오골계 농장에서 공급된 3,600마리가 산 채로 거래된 것을 이번 AI 확산의 원인으로 진단, 전통시장에서 가금류를 산채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토종닭 4,300만마리 중 35%(1,500만마리)가 산 채로 거래되고 있다. 거래된 닭은 소, 돼지처럼 허가된 도축장이 아닌 시장 등에서 비위생적으로 도축된다. 농식품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부터 전국 전통시장 등에 토종닭 등을 도축할 소규모 도계장을 시범 설치할 방침이다. 또 취미로 가금류를 기르는 소규모(10㎡ 미만) 가금농가도 축산업 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된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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