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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올림과 드림

입력
2017.06.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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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쓸 때마다 마지막에 ‘아무개 올림’이라고 써야 할지 ‘아무개 드림’이라 써야 할지 망설여져요.”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올림’과 ‘드림’이 모두 상대를 높이는 표현이라고 말하지만, 내 말이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이라고 ‘올림’과 ‘드림’이 모두 상대를 높이는 표현임을 모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표준 화법(국립국어원)을 보면 윗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는 ‘아무개 올림’과 ‘아무개 드림’을, 동료에게 보낼 때는 ‘아무개 드림’을, 아랫사람에게는 ‘아무개 씀’을 쓰게 돼 있다. ‘올림’과 ‘드림’이 모두 편지 받는 상대를 높이는 표현임을 권위 있는 기관에서 보증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두 낱말 사이를 오가는 망설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드림’을 동료에게도 쓸 수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윗사람과 동료에게 두루 쓸 수 있는 표현으로는 공손함을 보이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 편지 받는 상대를 높일 때는 무조건 ‘올림’을 쓰는 것이다. 그럼 ‘드림’ 쓰기를 망설였던 이들의 고민이 해결될까? 그러나 이들 중에는 부모와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닌 이상 ‘올림’을 쓰는 걸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 ‘올림’이 환기하는 서열 의식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언어적 서열화에 집착하면서도 과도한 서열 의식에 불편해 하는 모순에서 나는 서열 문화의 뿌리 깊음과 그것의 붕괴 조짐을 함께 느낀다. 결국 서열 의식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올림’과 ‘드림’ 사이의 망설임도 사라질 것이다. 수평적 문화에선 ‘드림’처럼 두루 쓸 수 있는 높임 표현이 세력을 넓힐 테니.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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