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주 20명 등 48명 적발
39억 부당 이득 챙겨
의사 처방전 없이 약사가 약을 조제ㆍ판매할 수 있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 약사 면허를 빌려 불법으로 약국을 운영해온 업주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약국 업주 20명을 적발, 김모(38)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박모(60)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면허를 대여할 약사들을 연결해 주고 돈을 챙긴 브로커 배모(72)씨를 구속하고, 면허를 빌려준 약사 신모(79)씨 등 2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김씨 등은 2010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경기, 강원, 충북, 충남 등지서 약국 23곳을 개설, 운영하면서 39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08년 의약분업 시행 후 주변 1㎞ 이내에 병원이 없는 도서벽지의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는 약사가 의사 처방전 없이 약을 지어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왔다.
일반 약국은 약값의 30%가량만 환자에게 받고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청구하나 이들은 공단 실사를 피하려고 환자들에게 현금거래를 유도, 비용의 대부분을 환자에게 부담시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부는 향정신성의약품과 발기부전치료제 등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을 장부에 기재도 하지 않은 채 부실하게 관리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구속된 브로커 배씨는 김씨 등에게 면허를 빌려줄 약사를 연결해 주고 건당 200만∼500만 원의 소개비를 받아 3,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약사 신씨 등은 면허를 빌려주고 매월 200만∼6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약사들은 며칠에 한 번씩 약국을 방문, 관절염이나 감기약을 다량 조제해놓거나 약 조제방법을 업주에게 알려줘 약을 짓도록 했다. 면허를 빌려준 약사 중 4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이며, 또 다른 4명은 고령이나 지병 등으로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업주 3명과 약사 5명 등 8명은 과거 단속에 적발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재차 범행해오다가 이번에 또 적발됐다”며 “면허대여약국을 지속적으로 단속해 불법 행위를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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