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로서의 판단 부족했다”
위장전입 외 다른 의혹들은
모두 일축하며 피해가
야 공세도 시들 ‘맹탕 청문회’
증인 불출석 문제로 여야 파행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사실로 드러난 위장전입에 대해선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은 단호히 부인했다. 청문회에 앞서 여러 의혹을 제기했던 야권은 이날도 파상 공세를 폈지만 위장전입 외에는 별다른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강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신상과 관련한 여러 의문이 제기됐고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잣대가 얼마나 엄중한지 뼈저린 경험을 하게 됐다”며 “과거 저와 제 가족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특히 위장전입에 대해 “공직자로서의 판단이 매우 부족했다”며 거듭 사과했다. 위장 전입한 주소지가 당초 설명한 친척집과 달라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서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남편이 청와대에 친척집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데 대해선 “부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 후보자는 그러나 위장전입과 관련한 추가 의혹 제기는 철저히 차단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친척집인지 아닌지 남편이 모를 리 없지 않느냐”며 “위장 전입보다 말 바꾸기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몰아붙이자, 강 후보자는 “남편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전입은 제가 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위장 전입한 아파트의 세대주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도 “17년 전 일이고 대부분 외국에서 생활한 탓에 당시 기억이 흐리다. 정말 제 기억이 그렇게밖에 미치지 못하는 게 죄송하다”며 버텼다. 앞서 이 의원은 사실상 이화여고의 관사였던 해당 아파트가 상습적인 위장전입에 활용돼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화여고가 당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 후보자가 미리 알고 위장전입을 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2000년 자녀 위장전입 후 강 후보자가 이화여고 교지 인터뷰에서 “이화여고가 자사고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게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많은 경우의 인터뷰는 제작진이 제공해주는 대로 이뤄졌고 그 경우도 아마 그런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제 아이 주소지를 옮길 때 만약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1년 뒤 아이를 (미국으로) 다시 전학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화여고가 실제 자사고로 전환된 것은 2009년이다.
다른 논란들은 모두 일축했다. 2004년 서울 봉천동 주택을 팔면서 매도가를 실제 거래가보다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재건축 시공업자가 실제 매도자여서 거주자인 어머니도, 저도 거래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경남 거제시 자녀 이름 땅의 시세 차익이 막대하다는 지적에는 “남편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해 집을 지었다”며 “이미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구입한 만큼 투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인정하냐는 질의는 “기술적 실수가 있다고 표절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강 후보자는 또 부하 직원이 큰 딸 사업에 투자한 경위에 대해선 “친구 사이 동업일 뿐 직접 개입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여세 늑장 납부에 대해선 “검증 준비 과정에서 세금이 누락된 걸 알았다”고 답했다.
강 후보자는 이중국적 자녀를 둔 인사에게 재외공관장직을 맡기지 않는 현행 정부 방침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자녀 국적 문제로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방침 변경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된 심치선ㆍ정창용 전 이화여고 교장의 불출석 문제를 둘러싸고 한때 여야가 대립하며 파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야당은 위장 전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심ㆍ정 전 교장의 불출석에 강제구인 영장 발부까지 요구하며 반발했지만, 여당은 증인이 고령이라는 이유 등을 거론하며 맞섰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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