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리듬이 연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의 붉은 코트를 휘젓고 있다. 주인공은 동유럽 소국, 라트비아의 신예 옐레나 오스타펜코(20ㆍ랭킹 47위)다.
오스타펜코가 7일(한국시간) 프랑스오픈 테니스 8강전에서 한때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7ㆍ12위ㆍ덴마크)를 상대로 2-1(4-6 6-2 6-2)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이름을 올렸다. 1997년생 오스타펜코가 생애 두 번째 프랑스오픈 출전 만에 거둔 쾌거다.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고 라트비아 출신 선수로서도 4대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 대회에서는 1라운드 탈락했다.
오스타펜코는 이날 경기 초반 강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연거푸 범실을 기록하며 1세트를 내줬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두 세트를 연속으로 따냈다. 주특기 백핸드 스트로크가 되살아나면서 총 38개의 위너 샷을 기록해 6개에 그친 보즈니아키를 압도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타펜코는 테니스선수 출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 라켓을 잡고 2012년 프로로 전향했다. 어머니 옐레나 야코블레바는 딸의 테니스 코치를 맡아 경기 내ㆍ외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축구선수 출신이면서 수준급 테니스 실력까지 갖춘 아버지가 그의 피트니스 코치를 맡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 부모로부터 DNA를 물려받은 오스타펜코는 테니스뿐만 아니라 댄스스포츠에서도 발군의 소질을 드러냈다. 실제 그는 열 일곱 살 때까지 테니스와 댄스스포츠 경연대회에 번 갈아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스타펜코는 2014년 윔블던 주니어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하면서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존재감을 알렸다. 그의 나이 17세 되던 해였다. 하지만 윔블던에서의 우승은 오스타펜코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했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삼바 춤에 흠뻑 빠져 있었다. 오스타펜코는 “테니스 주니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고, 결정적으로 윔블던 주니어에서 우승을 하면서 테니스야말로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댄스스포츠 선수 생활은 그만뒀지만 오스타펜코의 몸에 밴 삼바리듬은 테니스 코트 위에서 발현됐다. 그는 “댄스스포츠의 리듬감은 테니스 풋워크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댄스스포츠에도 잔 발 기술들이 많아서 테니스 기량 향상에 안성맞춤”이라며 삼바리듬을 테니스 기량 향상의 핵심요소로 꼽았다. 그는 이어 일주일에 4번씩 삼바 춤을 추며 리듬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오스타펜코가 시니어 무대에서 본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5년 윔블던 대회에서였다. 1라운드에서 9번 시드 카를라 수아레즈 나바로를 만나 단 2게임만을 내주며 완승을 거두면서다. 2회전에서 탈락 하긴 했지만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에는 생애 처음으로 프리미어5급 대회 결승전에 오르면서 세계랭킹도 4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때때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와 불 같은 성격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ASB클래식에서 2회전 나오미 브로디와의 경기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자 볼키즈에게 라켓을 던져버린 것이다. 경기 도중 흥분을 하거나 체어 엄파이어(주심)와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오스타펜코는 결승티켓을 놓고 티메아 바친스키(28ㆍ31위ㆍ스위스)와 다툰다. 4강전이 펼쳐질 8일은 두 선수의 생일이기도 하다.
한편 남자 단식 디펜딩챔피언 노박 조코비치(2위ㆍ세르비아)는 단식 8강에서 도미니크 팀(7위·오스트리아)에게 0-3(6<5>-7 3-6 0-6)으로 완패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조코비치를 물리친 팀은 올해 24세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프랑스오픈 4강에 진출했다. 라파엘 나달(4위ㆍ스페인)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21위ㆍ스페인)를 상대로 1세트를 6-2로 따내고 2세트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기권승을 거뒀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만 10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우승후보 0순위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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