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을 놓고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가 ‘유사역사학’ 또는 ‘재야역사학’의 추종자라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유사역사학은 가령 고대 시대에 우리 민족이 지금의 중국 땅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위대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면서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식민사학이라고 공격하며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도종환 후보자가 유사역사학과 가깝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그가 동북아역사지도사업과 하버드 고대한국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데 참여했다는 것이다. 동북아역사지도사업이나 고대한국프로젝트 모두 한사군 중 낙랑군이 평양 부근에 있었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재야사학자 이덕일씨 등이 참여한 식민사학해체국민운동본부가 낙랑군이 평양 부근에 있다는 견해를 식민사학이라 비판했는데 이에 도 후보자가 참여한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가 이들의 견해를 받아들여 사업이 중단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랑군이 평양 부근에 있었다는 것은 학계 통설이다. 그런 만큼 두 사업의 좌초는 오랜 연구 끝에 정립된 통설이 식민사학으로 매도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경험에 비추어 역사학계가 동북아특위에서 활동하던 도 후보자의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도 후보자는 한겨레신문과의 통화에서 “싸워야 할 문제엔 싸우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적극 반박하겠다는 뜻이지만 이런 식의 단편적 의견 표출은 도리어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십상이다. 그런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 자리에서 배타적 국수주의자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역사학계 또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 도 후보자에게 조금 시간을 주고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도 일각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다. 고대사의 연구 대상을 넓히고 영호남 화합도 꾀하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역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우리 사회가 겪은 진통과 갈등을 생각하면 정부가 역사에 개입해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도 후보자도 그런 의지까지 함께 밝혀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