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입원한 그룹 빅뱅 멤버 탑(30ㆍ본명 최승현)의 의료진이 7일 “탑의 의식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밝혔다.
탑을 치료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서울 양천구 병원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탑의 의식이 불안한 이유에 대해 “벤조디아제핀 과다 복용으로 인한 호흡부전”이라고 진단했다. 탑의 소변 검사 결과 벤조디아제핀 양성 반응이 나와서다. 벤조디아제핀은 신경안정제로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탑은 현재 기면 상태다. 자극을 주면 눈을 뜨나, 10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잠에 빠져든다. 이날 오후 3시30분에 동공반사 테스트를 한 결과 동공 반응이 일반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료진은 “현 상태로는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벤조디아제핀 과다 복용의 부작용은 호흡 부전이다. 탑의 혈액 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여전히 높아 계속 산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탑의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젊은 분들은 합병증이 없으면 일주일 이내에 회복된다”고 말했다. 탑이 먹은 약의 양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호흡 불안으로 인한 뇌손상은 없으리라 추정했다.
탑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더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에 따르면 탑은 당시 바늘로 찌르는 등의 강한 자극에만 반응했다. 의료진은 “일반적인 자극에는 반응이 없었다”며 “혈압이 매우 상승해 있었고, 빠른 맥박 등 저산소증, 고이산화탄소증, 호흡부전을 보여 응급처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또 “저산소증이 해결되지 않아 기관 삽관까지 고려했다”며 “기면과 혼미 사이의 심한 기면 상태였다”고도 덧붙였다.
의료진에 따르면 세 명이 탑을 병원으로 데려왔다. 의료진은 “1명은 탑의 상체를, 2명은 하체를 들고 왔다”고 말했다. 탑을 중환자실에 들인 이유에 대해선 “혈액 검사상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높아서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호흡 정지가 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탑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위독한 상황은 아니”라는 경찰의 입장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탑의 건강 상태를 두고 경찰과 가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탑의 어머니는 이날 탑의 중환자실 면회에 앞서 취재진에 “탑이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입장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의료진은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 “환자에 대한 신경과적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 돼 추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협진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탑은 지난해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최근 경찰에 적발돼 여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탑의 주치의인 권역응급의료센터 이덕희 교수와 신경과 김용재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최희연 교수 등이 참석했다.
탑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불구속 기소됐다. 탑은 군 입대 전인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한모씨와 함께 대마초와 대마액상(전자담배)을 네 차례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악대 소속 의무경찰로 강남경찰서에서 복무하던 탑은 대마초 혐의가 드러나면서 방출됐고,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4기동단으로 발령났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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