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은 나에게 괴로운 역사
내 판결로 고통받는 이들께 죄송”
부인 농지법 위반 논란엔
“가족 잘못 살펴 책임 통감”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소수의견을 낸 데 대해 “소수의견을 썼지만 법정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탄압 논란과 부인의 농지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헌재 결정은 통진당을 해산시키라는 것이고, (통진당 의원들의) 국회의원직이 박탈됐다”며 “제가 다른 의견을 썼지만 (통진당 해산이) 헌재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해산에 반대하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이석기 전 의원의 민주주의 기본질서 위배에 대해 이견이 없느냐”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는 “당시 결정에 의해 통진당이 해산됐고 (이 전 의원 등의) 국회의원직이 박탈됐다”면서 “헌재 결정은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돼 해산돼야 한다는 결론이고 저도 그 결론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소수의견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소수의견이란 법정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의사도 헌법재판소가 고려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도 준다”며 “소수의견을 밝힘으로써 법정의견의 범위가 명확해지고 분명해지는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군 판사로 재직하며 시민군 처벌에 앞장섰다는 논란에 대해 김 후보자는 “5ㆍ18은 제게 괴로운 역사”라며 “제 판결로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1980년 군 판사 시절 시민군을 싣고 경찰관 등을 치어 숨지게 한 버스 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5ㆍ18특별법에 따라 열린 재심에서 법원은 버스운전자에 대해 헌정 질서를 수호하려는 행위로서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확정했다. 김 후보자는 “헌정 질서 파괴에 대한 항거행위로서 재심에서 무죄라는 것을 수용한다”고 덧붙였다.
부인의 농지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가족의 일을 잘못 살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 부인은 2004년 주말농장 명목으로 충남 서산시 부석면 소재 농지 991㎡를 1,290만원에 매입, 영농조합법인에 위탁경영을 맡겼는데 직접 경작을 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이 땅은 2011년 8월 1,887만원에 한국농어촌공사로 매각됐다. 김 후보자는 “집사람이 일간지 광고를 보고 샀는데 자경(自耕)이 의무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안 샀을 것”이라며 “300평 이하를 분양하는데 자경하든지 위탁하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었고 서산 간척지는 대규모 농지여서 자경은 못하고 기계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입 자체는 적법한데, 위탁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법하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편향된 결정을 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가 내린 판결 19건이 민주당에 편향됐다”며 “김 후보자는 자신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해준 민주당에 보은하기 위해 민주당 주장대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민주당 의견을 따라갔다는 것은 저를 모욕하는 말”이라며 발끈했다. 같은 당 백승주 의원도 “후보자가 옛 통진당 사건 심리 과정에서 ‘나는 민주당이 추천했기 때문에 소수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김 후보자는 "전혀 아니다"고 거듭 반박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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