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의 의회(마즐리스)와 이란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영묘 등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나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IS가 이란 국내에서 테러 공격을 시도한 첫 사례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테러 위협과 동떨어져 있던 이란 수도 심장부의 주요 거점인 의회와 호메이니 묘를 겨냥한 테러로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회의가 진행 중이던 의회 건물에 총기를 든 괴한 4명이 난입했다. 한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AK-47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했으며 경비원 최소 1명을 살해하고 건물을 점거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대테러 특수부대와 대치했다. 5시간여의 대치 끝에 이들은 모두 사살됐다. 한때 이들이 인질 4명을 붙잡았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당국은 이를 부정했다. 특수부대는 이들 역시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사살한 후 무사히 해체했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시간 의회 건물에서 약 20㎞ 떨어진 테헤란 남쪽 베헤스테 자흐라 인근의 호메이니 영묘에서도 무장괴한 4명이 난입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폭탄조끼를 입고 소총으로 무장한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난입했으며 이들 중 1명이 자폭했고 나머지 3명은 체포됐다고 전했다. IRNA통신은 두 공격을 종합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42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쇄 테러의 배후로는 IS가 유력하다. IS가 직접 운영하는 아마크통신을 통해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이날 아마크통신과 메시지 서비스 텔레그램을 통해 의회 건물 내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24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IS 주간지인 알나바가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이란 내 수니파 무슬림들에게 시아파 정부 공격을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고 전했다.
선정한 테러 장소도 상징적이다. 의회 건물은 이란 정치의 중심이고, 동시에 공격 당한 묘의 주인 호메이니는 1979년 팔레비 왕가를 몰아내고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끌어 현대 이란 공화국을 건설한 전 최고지도자로 현재 이란에서는 국부(國父)로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이번 공격은 2010년 남동부 시스탄발루체스탄주의 주도 자헤단에서 모스크를 노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집단의 자폭테러로 39명이 사망한 이래 7년 만에 이란 영토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다. 만약 IS가 배후로 확정될 경우 이는 IS가 등장한 이래 이란에서 이들이 저지른 최초의 테러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아파의 맹주 국가 역할을 맡고 있는 이란은 IS를 비롯한 수니파 무장집단의 주요 공격 대상으로 지목돼 왔지만 실제로 수도 테헤란과 같은 도심지에서 공격이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란 내에는 수니파의 영향력이 극히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IS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리란 인식이 많았다. BBC는 “더 이상 IS의 테러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한 이란 시민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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