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일본이 조건부 협력 의사를 언급하자 반색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역사ㆍ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중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7일 논평에서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가 일대일로 참여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양국관계 개선 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 “그간 중국이 제안한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본이 변화한 모습은 환영받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일대일로 참여 언급이 진심이든 아니든 이런 변화는 가치 있는 것이고 이를 시작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 국제포럼에서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 “동ㆍ서양의 다양한 지역을 연결하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이 지향하는 환태평양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권에 바람직한 형태로 융합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외교ㆍ안보 현안에 대해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해 온 환구시보가 아베 총리 발언을 긍정평가한 것은 중국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환구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정책을 공조(共助) 흐름으로 대폭 수정하고 필리핀ㆍ베트남도 대중국 관계를 적극 개선하려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라며 일본 측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대일관계 개선 필요성은 크다. 경제ㆍ통상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ㆍ안보동맹과의 출혈 경쟁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지역 내 주도권도 의식했을 수 있다. 중국 내에선 내년 상반기 중 일본이 AIIB에 가입한 뒤 하반기부터는 한국ㆍ일본이 일대일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실질적인 중일관계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많다.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나 난징대학살ㆍ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환구시보도 “아베 총리의 우익적 사고와 인식은 뿌리가 깊어 대중 정책에 전략적 조정이 생겼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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