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운영 주도를”
은산분리 핵심 논거 ‘기업 사금고화 우려’ 상쇄 장치 “이미 갖춰”
국책 연구기관의 ‘소신’ 제안 최종 결론에 영향 줄지 주목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의견이 나왔다. 산업자본의 보유 지분 한도를 높이되 일정수준 이상은 정부의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집권 여당의 거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 같은 국책 연구기관의 ‘소신’ 제안이 최종 결론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국무조정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 ‘인터넷은행 및 규제에 관한 이해’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현행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승환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기술로 금융서비스 비용을 낮추고 소비자 편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인터넷은행이 금융생태계에서 혁신 기능을 하려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은행법에서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다. 10%까지 갖더라도 의결권은 4%에 묶인다. 과거 고도성장기 은행이 특정인이나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만들어진 규제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조만간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KT와 카카오는 각각 10%, 8%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은 4% 이내로 제한된 상태다.
서 부연구위원은 “은산분리의 핵심 논거인 사금고 전락 우려는 현행 은행법으로도 방지할 장치가 이미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자금이 대주주에게 함부로 공여되는 것을 방지하고,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업무 및 재산 상황 등을 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우선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부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일본의 입법례처럼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 지분의 한도를 높이되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지만, 그간 “예외를 둘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던 더불어민주당의 기조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부 산하기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타당성을 지적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직 집권 여당의 입장 변화가 없고 청와대의 의중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