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으로 향하는 메이저리그가 ‘역대급’ 홈런 잔치를 벌이고 있다.
7일(한국시간)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 경기당 홈런이 1.23개꼴로 나와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파동이 일었던 2000년(경기당 평균 홈런 1.17개)을 능가하는 페이스다. 6일까지 30개 구단이 친 올해 안타는 총 1만4,554개. 이 중 2,092개(14.3%)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약물의 시대'(1994∼2005년)에도 전체 안타에서 홈런의 비율은 11.8%에 불과했다. 1994년 한해 홈런 20개 이상을 친 선수가 32명에 불과했다면 1999∼2000년 100명을 넘긴 뒤 지난해엔 11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은 5,610개로 2000년(5,693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현 추세라면 올 시즌 5,980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타자들의 ‘어퍼 스윙’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비시프트를 깨기 위해 타구를 띄우려는 스윙을 하다 보니 홈런 확률이 높아진다는 추론이다. 2015년 스탯캐스트에 제공된 타자들의 평균 발사 각도는 10도였으나 지난해 10.8도로, 올해에는 10.9도로 올라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스탯캐스트 상에서 발사 각도 26~30도, 타구 속도 시속 158㎞이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홈런이 가장 많이 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진기록도 나왔다.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으로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17번째에 불과하다. 그것도 한 시즌 최다홈런이 14개에 불과해 슬러거와는 거리가 먼 신시내티의 5년차 2루수 스쿠터 제넷(27)이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주인공이다.
제넷은 이날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 홈경기에 좌익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5안타(4홈런) 10타점의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13-1 승리의 원맨쇼를 벌였다.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친 제넷은 두 번째 타석에서 만루홈런, 3번째 타석에서 투런포, 네 번째 타석에서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어 8회말 다섯 번째 타석에서 투런아치를 그려 대기록을 완성했다.
한 경기 4홈런은 2012년 조시 해밀턴 이후 5년 만이며 신시내티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ESPN에 따르면 제넷은 이날은 좌익수로 출전했지만 1900년 이후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 경기 4홈런을 때린 2루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3점 홈런만 쳤더라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이클링 홈런(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솔로ㆍ투런ㆍ스리런ㆍ만루홈런을 모두 치는 것)도 나올 뻔했다.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은 일본에선 1964년 왕정치를 포함해 4번, 한국에선 2008년 박경완이 유일하다.
지넷은 이날 전까지 46경기에서 홈런 3개에 타점 20개뿐이었다. 4시즌 동안 통산 홈런은 38개, 지난해 14개가 시즌 최다 홈런이다. 한 경기 10타점도 신시내티 선수로는 1939년 7월 7일 워커 쿠퍼 이후 약 78년 만이다. 지넷은 “한 경기에서 홈런 4개를 칠 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복 받았다”고 기뻐했다.
한편 추신수(35ㆍ텍사스)는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10-8 승리에 앞장섰다. 성환희기자 hhsun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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