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일부 보훈단체 반대
시의회, 눈치 보며 상정 거부
유족회 반발… 16년만에 첫 집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지원 조례가 전남 여수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일부 보훈단체 반대로 시의회 상임위원회가 상정을 미루면서 희생자와 유가족 위령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여순사건여수유족회는 2001년 단체 설립 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 집회를 갖고 조속한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여순사건여수유족회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무산에 반발하며 7일 여수시의회 정문 앞에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올 들어 4ㆍ5월 두 차례 해당 조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2014년 조례 발의 후 3년째 답보상태다.
서완석 등 14명의 의원은 2014년 11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진상조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확인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공원 조성사업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와 일부 군경에 관련된 자료의 발굴 및 수집, 간행물 발간 ▦평화인권을 위한 제반 교육사업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일부 보훈단체와 시의원들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이들은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고 유족 간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여수시도 예산 지원 등의 어려움으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는 유족회, 보훈단체 관계자와 수차례 간담회를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남도 등 12개 광역지자체와 경주ㆍ안동ㆍ여주 등 40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순천ㆍ광양ㆍ구례ㆍ나주ㆍ영암ㆍ화순ㆍ해남ㆍ함평 등 10여개 시ㆍ군이 여순사건을 포함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지원 조례가 있지만 정작 여순사건의 진원지인 여수는 관련 조례가 없어 퇴행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황순경 여순사건여수유족회장은 “의원들이 지나치게 보훈단체 눈치를 보고 반대 입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회의 상정조차 하지 않고 수년째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올해 69주기를 맞은 여순사건을 더 이상 이념적 잣대로 재지 말고 화합과 상생 등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 조례 안이 반드시 통과돼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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