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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풍산개마을 ‘퍼스트 도그’ 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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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풍산개마을 ‘퍼스트 도그’ 효과 톡톡

입력
2017.06.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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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前 4마리 들여와 500마리로

개 썰매 등 체험마을로 소득 올려

文대통령 ‘마루’ 인기에 관심 커져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을 일군 이기운씨가 체험활동에 나선 아이들과 풍산개썰매를 타고 있다. 풍산개마을 제공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을 일군 이기운씨가 체험활동에 나선 아이들과 풍산개썰매를 타고 있다. 풍산개마을 제공

5일 경기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의 한 마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배경이었던 메타세쿼이아 길을 중간쯤 지나 왼쪽에 자리 잡은 널찍한 전원주택 마당으로 들어서니 늠름하고 용맹스러운 풍산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잔디밭에선 생후 2개월 안팎의 강아지들이 온몸으로 햇살을 만끽했고,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성견들은 우리에서 날카로운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풍산개는 진돗개, 삽살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토종견으로 함경남도 풍산군 풍산면 일대서 길러지던 북한 고유의 사냥개다. 충직하고 온순하지만, 싸울 때는 용맹스러운 게 특징이다.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 입구를 수놓고 있는 메타세콰이어 길. 영화 아가씨의 배경이었다. 풍산개마을 제공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 입구를 수놓고 있는 메타세콰이어 길. 영화 아가씨의 배경이었다. 풍산개마을 제공

이 풍산개가 안성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둥지를 튼 것은 199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이기운(63)씨가 북한에서 들여온 풍산개를 키우던 노신형 전 국무총리의 동생 신만씨에게서 암컷 2마리, 수컷 3마리 등 모두 5마리를 받아 키우기 시작하면서 개체 수가 500여마리까지 늘었다. 2003년쯤에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마을로 선정돼 지금의 ‘풍산개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매년 1만여명이 찾아 풍산개 썰매를 타고 농산물을 심고 가꾸는 인기 체험마을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경남 양산 자택에서 키우던 풍산개 ‘마루’가 청와대에 입성하면서다. 문 대통령이 마루와의 산책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정도로 애완견을 아낀다는 소식에 풍산개를 입양하려는 이들의 문의와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입양비용이 마리당 60만원에 달하지만, 지난달 분양한 풍산개만 10마리가 넘을 정도다.

풍산개로 온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씨는 “마루를 방송으로 봤는데 정말 멋있더라”고 웃었다. 그는 “지난 20여년 그와 함께한 풍산개는 영리하고 의리 있는 충견이었다”며 “문 대통령이 마루에게 정을 쏟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도 했다. 2년여 전 한밤중 별채에서 시작된 불이 이씨가 잠들어 있던 본채로 옮겨 붙기 직전, 혼신을 다해 짖어대며 그를 깨운 게 풍산개였고, 10여년 전 농로에서 죽어 가던 너구리 새끼들을 거둬 젖을 먹여 살린 것도 풍산개였다고 한다. 온 마을에 동물 전염병이 돌았을 때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을 찾은 한 어린이가 풍산개 강아지를 앉아보고 있다. 풍산개마을 제공
경기 안성 풍산개마을을 찾은 한 어린이가 풍산개 강아지를 앉아보고 있다. 풍산개마을 제공

이씨는 이렇게 우수한 풍산개를 군견ㆍ경찰견 등 특수목적에 맞게 개량하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7년 전부터 풍산개와 늑대를 교배시켜 ‘안성개’라는 고유 품종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 안성개는 풍산개의 성품과 용맹함ㆍ민첩함 등에 늑대의 빼어난 감각기능을 더했다고 한다. 이씨는 “혈통을 안정화하고 정교하게 훈련만 시킨다면,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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