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대회에서 우승컵 4개를 들어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엘리나 스비톨리나(22ㆍ16위ㆍ우크라이나)가 프랑스오픈에서 세계랭킹 290위의 페트라 마르티치(26ㆍ크로아티아)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힘겹게 8강에 진출했다.
스비톨리나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9일째 여자단식 16강 경기에서 2시간 넘는 혈투 끝에 마르티치에 2-1(4-6 6-3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스비톨리나의 역대 그랜드슬램대회 최고 성적은 2015년 프랑스오픈 8강이다.
이날 경기에서 스비톨리나는 시속 190㎞에 육박하는 마르티치의 서브에 꼼짝없이 당하며 1세트를 맥없이 내줬다. 하지만 2세트 들어 마르티치의 서브 성공률이 급격히 낮아지며 흔들리자 스비톨리나가 이를 놓치지 않고 2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세트인 3세트에서 스비톨리나는 게임스코어 2-5로 뒤지며 매치포인트까지 단 1포인트만을 남겨두는 궁지에까지 몰렸지만 고도의 집중력으로 상대의 범실 4개를 잇달아 유도해 위기를 탈출했다. 스비톨리나는 이후 마르티치와의 포핸드 랠리싸움을 압도하며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해 프랑스오픈 4라운드 진출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낮은 마르티치의 반란은 16강에서 가로막혔다.
1994년생으로 이번 대회 16강 진출자 가운데 가장 어린 스비톨리나는 위기의 순간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안나 이바노비치(은퇴ㆍ세르비아), 서리나 윌리엄스(2위ㆍ미국), 안젤리크 케르버(1위ㆍ독일), 가르비녜 무구루사(5위ㆍ스페인) 등 톱 랭커들을 꺾은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우크라이나 출신으로는 남녀 통틀어 처음으로 랭킹 10위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를 마친 뒤 스비톨리나는 “위기의 순간에서 일단 공을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공격적으로 상대를 몰아세우자고 스스로 다독였다”며 “이것이 바로 ‘스비톨리나 모드’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단 것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비톨리나는 8강 상대 시모나 할렙(26ㆍ4위ㆍ루마니아)과 역대 전적 1승 1패로 맞서 있다.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WTA 투어 로마 오픈 결승전에서는 할렙과 만나 역전승을 거두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만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비톨리나가 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대회 4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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