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강행 땐 국회 일정 보이콧 등
강경 드라이브, 정국 주도권 포석
靑 “결정적 하자 후보 없어”
與 “협치 인질로 과도한 요구”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고리로 보이콧 정국을 유도하고 있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내줄만한 카드가 없어 고민이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에서 한 명이라도 낙마시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지만, 청와대나 여당 입장에서는 대다수가 무리한 요구여서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그렇다고 경색정국을 방치하는 것도 개혁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내부적으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최소 2~3명 낙마를 목표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최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강 후보자를 ‘1순위’ 낙마 후보로 점찍어 놓은 상태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김상조 후보자는 여당과 협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정우택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를 겨냥해 “상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면 먹어보고 버리겠느냐”고 원색적 비판까지 했다.
그러면서 대여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5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첫 정례 회동에도 불참한데다가, 청와대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등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정부여당이 인사청문 대상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한국당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당의 공세는 새 정부 출범 국면에서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드라이브 성격이 다분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한 명도 낙오시키지 못한다면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조차 “한국당과 함께 정국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사석(捨石, 바둑에서 버릴 셈 치고 두는 돌)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나 여당 지도부는 수용할 수 없는 정국 시나리오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인사청문회 대상자 가운데 결정적 하자가 발견된 후보는 없었다”며 “인사청문회가 정책수행 능력과 자질에 초점을 맞춰야지, 목표를 정해 몇 명 떨어트리겠다는 식의 접근은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협치 자체를 인질로 삼아 과도한 요구를 하면 들어줄 수 없다”며 “다만 여권도 마땅히 국면을 타개할 카드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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