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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는 과학] “프로파일링이란 ‘왜?’라는 질문을 채워나가는 과정이죠.”

입력
2017.06.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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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계 조남경(왼쪽) 신경아 프로파일러가 사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수원=곽주현 기자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계 조남경(왼쪽) 신경아 프로파일러가 사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수원=곽주현 기자

현장감식요원이 객관적인 ‘사실’에 초점을 둔다면, 프로파일러는 객관적 사실을 보며 ‘왜 그 사실이 일어났을까’라는 ‘심리’에 보다 집중한다. 피의자는 물론 피해자 심리나 행동 이유까지 모두 분석해야 한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프로파일러 신경아 경장은 “프로파일링은 심리학에 기반한 과학”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링이란 한 마디로 ‘가설을 만드는 과정’이다. 현장 증거, 감식 결과, 부검 결과, 수사팀 조사 자료 등 모든 정보를 한데 모아놓고, 이 모든 근거가 들어맞는 하나의 가설을 뽑아내는 것이다. “범인이 피해자와 아는 사이인지, 범행 동기가 금전ㆍ치정ㆍ원한ㆍ이상동기 중 어떤 것인지 등을 파악합니다. 그게 수사방향 설정의 기본이 되거든요.” 안성 부부 살인 사건은 모든 근거를 종합해 얻은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가까운 곳에 사는 면식범’이라는 프로파일링 결과가 실제 피의자 상태와 정확히 들어맞은 예다.

현재 전국에는 31명의 프로파일러들이 17개 지방경찰청에 1~5명씩 소속돼 있다. 보통 타살로 의심되지만 용의자 특정이 안 되는 사건은 초기부터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된다. 범인이 누군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왜 현장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지 알 수 없을 때, 프로파일러들은 내용이 없는 빈 칸을 채워 넣는 역할을 담당한다.

피의자가 검거된 후에는 면담을 통해 개인적 성향과 특성을 파악, 심문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프로파일러 조남경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은 “어떤 피의자는 성향상 강하게 압박해야 진술을 할 수도 있고, 어떤 피의자는 어르고 달래야 제대로 털어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링 과정에서 피의자의 거짓말을 걸러낼 때도 있다. 면담이나 증거에서 드러난 피의자 성향이 본인 진술과 맞지 않는 경우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피의자가 작은 일에도 쉽게 앙심을 품는 성향이라는 사실을 파악해 거짓말인 것을 알아냈죠.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무시당한다고 느껴왔다는 증거, 그리고 범행 당시를 의도적으로 숨긴 증거가 있었어요.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거죠.”

프로파일러들은 사건 현장과 방대한 수사자료에서 고도의 인간 심리를 분석해낸다. 아무리 그럴듯한 가설이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면 채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논리성과 신뢰성은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죠. 드라마에서처럼 한 가지 단서만 보고 ‘범인은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건,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수원=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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