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조직개편안이 나왔다. 5일 고위 당정청회의를 거친 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을 승격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두고, 무역과 통상교섭 업무를 전담할 통상교섭본부(통상본부)를 산업부에 두기로 한 게 주목된다. 국민안전처는 해체, 재난관리업무는 간판이 바뀌는 행정안전부 내 신설 재난안전관리본부로 넘기고, 해양경찰청과 소방청은 각각 분리한다. 국토부와 나뉘어 있던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도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중요한 시도다. 전반적으로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정치적 성격의 핵심 정책에서는 과감한 첫발을 내디딘 포석으로 보인다.
중기부 신설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 할 만하다. 문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줄곧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 체질개선과 중소기업 중심 상생경제를 강조해 왔던 데 비추어 핵심 ‘공약 부처’가 탄생하는 셈이다. 기능적으로는 기존 중기청 업무에 더해 산업부의 산업인력 양성, 지역산업 육성, 기업협력 촉진 업무를 가져가게 된다. 대신 중기청의 중견기업 정책은 산업부로 넘긴다. 한마디로 전반적 산업정책, 대ㆍ중견기업 정책은 산업부가, 중소벤처기업 정책은 중기부가 맡는 구도다. 무엇보다 독자적 행정입법권을 갖게 된 만큼 정책적 도전이 관심거리다.
통상본부는 외교부에 두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차관급 조직으로 산업부에 두되, 대외적으로 통상장관으로 칭하는 정도의 독자성을 부여하는 절충점을 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유사한 조직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정청은 향후 한미 FTA 개정 등 현안을 감안한 업무 안정성 유지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기부 출범으로 산업부 기능이 적잖이 빠지는 데 더해 통상기능까지 빠지면 산업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현실도 감안됐으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개편안은 어찌 보면 ‘과도적 개편’ 성격이 짙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본질적 개편이 필요하다면 개헌 논의와 맞물려 진행될 것”이라고 여운을 뒀다. 개편 폭을 최소화 한 것도 국회의 조속한 법안 처리를 통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과도적이라도 중기부나 통상본부는 지금부터 탄탄한 조직 활성화 준비에 나서야 한다. 산업부와 중기부 간 업무영역과 협력구도를 명확히 하고, 유능한 인력의 중기부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통상본부도 외교부와 경쟁적 구도로 가서는 외교와 통상 둘 다 망치기 십상이란 점에서, 미리부터 확고한 협력 시스템을 갖추어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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