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면적을 줄이기 위해 부지를 쪼개 2단계로 공여한 꼼수를 부린 것으로 청와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식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사드 배치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5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경북 성주군 골프장 148만㎡ 가운데 주한미군에게 공여하는 면적을 70만㎡로 산정했다. 그간 “32만㎡만 미군에 공여할 것”이라던 국방부의 설명과 차이가 크다. 부지 공여 면적이 33만㎡ 미만일 경우에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해당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할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피할 수 있어 사드 배치 시간을 꽤 단축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먼저 32만㎡를 공여한 뒤 70만㎡ 중 나머지 부지를 추후에 넘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2단계 쪼개기 공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졸속으로 진행하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짜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또 “가운데 부분의 면적을 제외하기 위해 부지 모양을 거꾸로 된 U자형으로 기형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설계를 담당한 미군이 공여 면적을 줄이려고 이상한 형태로 기지를 조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도 상당부분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같은 부지 모양은 사드 발사대의 배치 형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사드는 레이더 뒤로 6개의 발사대를 부채꼴 모양으로 펼친다. 부채꼴과 거꾸로 된 U자형은 비슷한 모양새다. 1단계로 공여된 부지는 사드 발사대를 배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지난해 11월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12월 9일) 되기 이전이다. 국방부가 박 전 대통령 직무정지 한달 전부터 이처럼 편법을 동원해 사드 배치를 어떻게든 앞당기려 했다는 의미다. 향후 청와대의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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