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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러범들, ‘총살’ 유도하려 가짜 폭탄조끼 입어

입력
2017.06.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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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IS 조직원 가담 대형테러와 달리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차량·칼 이용

IS 훈련병보다는 자생적 테러범에 가까워

가짜 폭탄 조끼는 ‘총살’ 유도 위한 선택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이상적 테러’로

계획한 것”… 테러범 3명 50발 맞고 사살돼

영국의 경찰관이 5일 테러가 발생한 런던 브리지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의 경찰관이 5일 테러가 발생한 런던 브리지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최소 7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을 입은 영국 런던 브리지 테러는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보낸 용병보다는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S가 선전매체를 통해 거듭 자신들이 파견한 전투원들이 이번 테러를 수행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테러범이 ‘외로운 늑대’가 주로 사용하는 허술한 자가 조립 도구 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때문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IS 조직원이 가담한 대형 테러에서 총이나 폭탄이 사용된 것과는 달리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차량과 칼을 이용한 점을 근거로 이같이 분석했다. FT는 “이들이 테러를 수행한 방식은 파리 총격ㆍ폭탄 테러나 브뤼셀 폭발물 테러처럼 정교하지 못하다”며 “IS가 훈련시킨 군사조직 소속의 용병이기보다 자생적 테러범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테러범이 입고 있던 폭발물 추정 조끼가 가짜로 드러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FT는 “소프트 타깃(민간인)을 공격대상으로 선택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테러를 수행하는 것은 자생 테러범들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테러범들이 가짜 폭탄 조끼를 입은 것을 두고 경찰의 ‘총살’을 유도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찰리 윈터 국제급진주의ㆍ정치폭력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순교를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며 “폭발물로 보이는 물체를 보여주면 자신들을 향해 경찰이 무조건 총을 쏠 것이기 때문에 죽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상적인 테러를 위해 이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테러 진압 당시 영국 경찰은 이들이 몸에 지닌 조끼를 자살폭탄으로 간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테러범 3명을 향해 즉시 50발에 달하는 총탄을 퍼부어 순식간에 사살했다.

영국 수사 당국은 전날 사망한 테러범 1명의 거주지를 포함해 런던 동부 바킹지역 4곳을 수색, 19~60세 테러 관련자 12명을 체포한 데 이어 이날 새벽 인근 지역에 위치한 2곳을 추가로 급습해 수 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크 롤리 런던 경찰청 대테러 담당 책임자는 “용의자들 간 연관성, 이들이 누군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게 있는 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테러범 3명의 신원은 파악했지만 아직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영국에서만 올 들어 세 번째로 테러가 발생하는 등 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테리사 메이 총리는 대대적인 테러 대응 강화를 예고했다. 그는 4일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총리 관저 앞에서 연설을 통해 “극단주의에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어 왔다. 할 만큼 했다(enough is enough)”라며 “테러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과 대테러 당국에 강력한 권한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내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2010~2016년 경찰 인력이 2만명 가량 줄어 현 상황에서 증가하는 테러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영국 정부가 거듭된 경고에도 테러를 경계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경찰이 테러범 중 1명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했다”라며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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