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소에 우선 집중
상담ㆍ훈련ㆍ알선 취업성공패키지
마지막 단계에선 구직촉진수당
경단녀ㆍ노인 지원 대책도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180곳 늘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 27만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은 사상 초유의 청년실업과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1분기(1~3월) 1분위(소득 하위 20%) 가계의 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8.2% 감소했고, 청년층(15~29세)의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2~4월)간 24% 안팎의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5일 발표한 11조2,000억원 규모의 ‘2017년 추경예산안’에는 청년,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추경을 통한 공공 부문의 선도적인 일자리 창출이 민간 부문의 수요를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 경력 단절에 처한 여성, 노후를 준비하는 노년층의 어려움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번 추경은 청년실업 해소에 ‘화력’을 집중했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세 번째 청년 근로자의 임금을 정부가 연간 2,000만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는 ‘청년고용 2+1 지원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5,000명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대상 중소기업은 4차 산업혁명 유관업종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110% 이상, 혹은 월급 150만원 이상의 일자리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 육성의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추경을 통해 하반기 경찰관(1,500명), 소방관(1,500명), 교사(3,000명) 등 총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기로 한 것도 청년층의 구직활동에 일부 ‘숨통’을 터줄 전망이다.
구직 단계에서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단계별 일자리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를 확대해 청년층 수혜자를 5만명 늘리고, 프로그램 참여자 중 취업상담(1단계)과 직업훈련(2단계)을 마치고 마지막 단계인 ‘집중 취업알선’ 단계에 접어든 청년을 대상으로 3개월간 매달 30만원의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한다. 청년구직촉진수당 대상자는 11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심 내 역세권에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 2,7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더불어 청년의 과감한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창업펀드’(5,000억원)와 ‘삼세번 재기 지원펀드’(3,000억원) 등을 조성한다.
이미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층도 이번 추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청년 근로자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수령액이 현재 1,200만원에서 1,600만원으로 확대하고, 대상자도 기존 5만명에서 6만명으로 늘린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근속하는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상계좌에 적립하면 여기에 정부와 기업이 각각 900만원과 400만원을 보태 2년 후 총 ‘1,600만원+α(이자)’를 돌려주는 제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청년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육아 부담에 따른 경력단절 등 일자리 여건이 불안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도 추경에 대거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육아휴직 시 첫 3개월간 육아휴직 급여가 현행 통상임금의 40%(월 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에서 통상임금의 80%로(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으로 2배 인상된다. 통상임금이 150만원인 경우 육아휴직 급여가 현행 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껑충’ 뛴다. 육아휴직은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가 각각 1년씩 쓸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 편성 때도 육아휴직 급여 인상기준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도 당초 계획했던 180곳보다 2배 늘어난 360곳으로 확대하고, 5,000명 가량의 보육교사를 신규 고용하는 등 여성의 양육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됐다.
정부의 11조원의 ‘실탄’을 투입해 창출하는 11만개의 일자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노인을 위한 일자리다. 세부적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분야에서 3만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인일자리 수당을 기존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인상한다. 75세 이하 퇴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안전지킴이’(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등에서 아동대상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활동)도 3,000명 더 뽑는다. 노인 대상 복지서비스도 대폭 확충한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투입해 하반기 확충하겠다고 밝힌 사회서비스 일자리 2만4,000명 중 치매관리사(5,125명), 방문건강관리사(508명), 노인 돌봄서비스(6,000명) 등 상당수가 노인 대상 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종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치매국가책임제’의 이행을 위해 치매지원센터가 현재 47개에서 252개로 대폭 늘어난다. 치매안심병원도 34곳에서 79곳으로 확대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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